15㎝ 삼중 방탄유리·30m 해자...런던 미국 대사관은 '10억달러 요새'
지난 1월 9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미국 대사관 건물의성조기가 내려가면서 요새같은 새 대사관 이전이 시작됐다. 템스강 남쪽에 새로 지은 65m 높이의 새 대사관 건물은 웅장함 그 자체다. 새 대사관에선 16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중 방문해 정육면체(cube)인 새 대사관의 '공식 개관'을 직접 선언할 계획이다.
12층짜리 이 정육면체 건물은 무려 10억달러(약 1조705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사관 건물이다. 약 2만㎡(약 6000평)의 대지에, 4만8100㎡(약 1만4550평)의 공간을 800명의 직원에게 제공한다. 기존 건물의 2배가 넘어 크기도 '역대급'이지만, '포트리스(fortress·요새) 아메리카'라 불릴 만큼 건물 안팎에 설치한 최첨단 방어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국 주재 미국대사관이 작년 12월 트위터에 공개한 신축 대사관 전경. 삼중 방탄유리와 첨단 도청 방지 장치, 중세 성(城) 주변을 두른 해자(垓子) 등 최첨단 방어 시설까지 갖춰 ‘포트리스(요새) 아메리카’라는 별칭을 얻었다. 건물의 왼쪽으로 템스강이 흐르고 있다.
미국 건축가 키란 팀버레이크가 설계해 7년 공사 끝에 완공된 이 요새의 겉은 모두 유리창이다.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투명성이라는 민주주의 최고의 가치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유리는 두께 15㎝의 3중 방탄유리다. 이 유리가 건물로 흡수하는 과도한 태양열을 막기 위해, 유리창을 반투명의 플라스틱 차단막이 덮었다. 또 폭탄 차량 공격에 대비해, 건물은 주변 도로로부터 30m 이상 떨어져 있고, 건물 벽도 폭탄에 끄떡없게 지어졌다. 아예 길이 150m·최대폭 30m의 연못이 중세 성을 둘러싼 해자(垓子)처럼 건물 한쪽 면을 막는다. 영국의 타임스는 "1860년 이후 영국에서 처음으로 해자가 다시 도입된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대사관 벽은 도청을 포함한 모든 전자 공격으로부터 보호된다. 건물 안에는 21개 침실을 갖춘 해병대원 숙소와 중동에서 다친 외교관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 체육시설 등도 있다.
대사관의 에너지는 옥상의 태양광과 지열로 공급되며, 옥상의 빗물 수집시설은 화장실과 대사관 안팎에 각각 6개씩 조성된 정원에 물을 공급한다.
미 국무부는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런던 시내 메이페어에 있는 현 대사관 건물을 매각한 대금으로 새 대사관의 부지 마련과 건축비를 마련해, 추가 세금 소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1785년 부임한 초대 주영 대사 존 애덤스(제2대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메이페어에 대사관을 뒀으며, 1960년부터 지금의 건물을 대사관으로 썼다. 2차 대전 중에는 인근 그로스버너 광장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 이끄는 미군 부대가 주둔해 '리틀 아메리카'로 불렸다.
우디 존슨 주영 미국 대사는 "새 대사관은 전 세계에 미·영 두 나라의 '특별한 관계'가 더 강력하고 더 좋아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고의 우방국인 영국에 이렇게 '튼튼한 요새' 대사관을 지은 것은 미래의 100년도 미국의 전성시대임을 알리려는 서곡과도 같은 것 같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