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집행유예 석방...'유전집유 무전실형' 비난에 청와대 국민청원도 쇄도중

2018-02-06     성기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크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정형식 부장판사의 비정상적인 판결에 대해 연일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62)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 판결에 대해 “한국 재벌의 불패신화와 ‘유전 집행유예, 무전 실형’이라는 기득권자의 진리를 다시 확인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다른 사건 판결과 비교해 봐도 이재용 부회장 1명을 위한 판결이라는 점을 감추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하고 있는데, 그들이 감옥에 간 이유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 부회장이 이를 청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한 점은 ‘이재용 1명을 위한 특별재판’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52)도 의총에서 서울고등법원의 선고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 단 1명에게 관용을 베풀기 위해 5000만 국민의 법감정을 난도질 하고 사법질서를 농단했다”면서 “이대로 가면 법원 또한 삼성공화국을 유지하는 하나의 기둥에 불과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상고심 재판부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판결로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삼성의 임원들까지 모두 집행유예로 풀어주면서도, 박근혜·최순실 피고인들의 뇌물 수수 공동정범 사실은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현재 대한민국의 권력 구도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치 권력위에 재벌 권력이, 그 재벌 권력의 최고 정점에 삼성이 있음을 너무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서울고법이 지난 5일 선고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두고 "국정농단에 완벽한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정연순 민변 회장은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지적하며 "이재용 항소심 판결은 유죄의 모양새만 갖추고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민변 소속 노종화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항소심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을 부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이재용이 개별 현안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 '금융·시장감독기구의 전문가들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재용의 지배력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분석'한 사실이 증거로 인정됐다면 승계작업 자체는 충분히 사실로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승계작업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승계작업이 없었다면 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챙겼으며,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이재용에게 유리한 합병이 진행되게 권한을 남용했느냐"고 물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항소심 판단이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과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의 증거능력을 배척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은 법정에서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수첩에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며 "그렇다면 이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이나 이재용에게 수첩에 기재된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본래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2심 판결의 논리는 국정농단과 관련한 종래의 형사사건에서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서 인정한 판단과도 상반된다"고 부연했다.


또 재판부가 '마필과 차량의 무상 사용이익'을 수치로 산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런 태도는 가중처벌 적용을 피해 형량을 깎아주려는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 판단한 것에도 "그런 논리라면 횡령한 회사 돈을 국외로 도피시켜도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제3자가 사용하게 한 경우라면 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며 "모순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석방에 대한 여론은 조금 엇갈리고 있다. 일단 보수언론은 환영일색이다. 조중동 등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 등은 일제히 이 부회장의 석방을 환영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기업활동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들도 터져나오는 환오성을 애써 누르며 표정관리에 바쁘다. 일부 삼성 직원들은 “그동안 눈치 안 보며 편하게 회사생활 했는데 이제 이 부회장 복귀하면 또 죽어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는 반응도 보였다. 


네티즌들은 상당히 격앙돼 있다. 이 부회장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자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몰려가 판결을 맡은 정형식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의 청원자들은 이재용의 석방을 보며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좌절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원 판결을 파기 환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이들도 많았다. 사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조롱하고 있다며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는 강경한 의견을 개진한 이들도 있었다.


일각에선 뇌물을 대가로 불법 합병이 이뤄진 만큼 삼성물산의 합병은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연금 손실액을 삼성 측에 청구를 청원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삼성의 뇌물죄가 성립됐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손을 들어 준 것은 불법 행위임이 인정된 만큼 합병으로 인해 피해를 본 국민연금 손실액 3000억원과 이에 따른 이자까지 삼성그룹에 청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결과를 보려고 추운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나 허무해진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지 모르겠다” “유전무죄를 입증하는 판결이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회삿돈 1억원만 횡령해도 엄벌에 처해지는 현실에 비춰 이 부회장에 대한 각종 혐의점들은 너무도 쉽게 무장해제 당해버렸다. ‘유전집유, 무전실형’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후유증은 우리 사회 깊숙이 큰 생채기를 남긴 채 잊혀지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