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후폭풍, 술판 ‘파티 게하’에도 문제 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지만 이른바 ‘파티 게하’ 안전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파티 게하는 저녁 시간에 투숙객들에게 파티를 열어주는 게스트하우스다. 제주도는 파티 게하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 용의자 한정민(32)이 이날 오후 충남 천안의 한 숙박업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됐다. 자신이 관리인으로 있던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20대 여성 관광객을 살해한 혐의로 입건된 한정민은 지난 10일 경찰 수사망을 피해 제주도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용의자의 죽음으로 도주극은 나흘 만에 막을 내렸지만 온라인에서는 파티 게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파티는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급부상한 문화다. 유행과 동시에 안전성과 관리 문제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가 한 집에 모여 자는 상황에서 과한 음주로 인해 각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민이 지난해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을 마신 투숙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는 점도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3년 전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던 김모(24·여)씨는 “파티가 끝났는데도 파티에 참석했던 남자가 동향이라며 2차를 가자고 계속 졸랐다”고 말했다.
윤모(26·여)씨도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파티 참석자의 성비가 안 맞는다면서 참여하라고 독촉했다”며 “다 같이 친해지는 게 목적인 파티라면 성비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지난해 말 기준 게스트하우스를 포함한 제주도 내 민박 업소는 3497곳이다. 2013년(1449곳)보다 배 이상 늘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대부분은 농어촌민박업으로 분류된다.
농어촌 민박의 경우 일반 숙박업보다 행정관청의 관리·감독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농어민이 거주하고 남는 방을 빌려주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농어촌 민박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다르게 생겨난 변종이 파티 게하다.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술을 팔 수 없다. 저녁에 술과 고기를 제공하는 파티를 여는 건 사실상 꼼수 영업인 셈이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들 가운데 일부는 손님이 외부에서 구입한 술 반입을 허용하는 형태와 저녁 회비를 걷어 식사와 술을 마련해 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술 판매가 불법임을 알고도 버젓이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규정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파티 게하를 포함한 제주도 숙박업소에는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민박 내 파티를 양성화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적절한 관리·감독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제주도청은 파티를 여는 게스트하우스 단속과 시정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도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차원에서 파티 게스트하우스 문제를 지적해 단속을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업주도 파티라는 행사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를 예측하고 이를 투숙객들에게 미리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범죄는 그 온상이 되는 적절한 상황이 마련되면 더욱 급속하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느슨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의 사각지대에서 투숙객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