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추적기 “고영태에 최순실 의상실 얘기 듣고 CCTV 설치하도록 해 영상 입수”
지난해 7월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특종 보도했던 이진동 TV조선 사회에디터(51)가 취재 과정을 소상하게 밝힌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를 펴냈다.
이 에디터는 책에서 최 씨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이른바 ‘의상실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2014년 12월 입수한 뒤 1년 10개월이 지난 2016년 10월에야 보도하게 된 경위도 밝혔다.
책에 따르면 이 에디터는 2014년 10월 최 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42)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자신이 2008년 총선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캠프 직원이었던 이현정, 김수현 씨로부터 고 씨를 소개받았다는 것. 고 씨의 첫마디는 “어떤 여자가 제 여자친구만 있는 집에 들어와 현금 1억 원과 명품 시계를 가져갔는데,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요”였다고 한다. 고 씨가 말한 ‘어떤 여자’가 바로 최 씨였다.
이 에디터는 고 씨에게 요청해 의상실에 CCTV를 설치하도록 했다. 같은 해 12월 이 에디터는 최 씨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입수했다.
영상을 확보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해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는 이 에디터는 2016년 6월 취재팀을 꾸렸다. 취재팀은 최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7·구속 기소)이 만나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잠복 취재를 했다.
취재팀은 같은 해 7∼8월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59·구속 기소) 등 국정농단 사건 주요 인물들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얽힌 의혹을 여러 건 보도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첫 단초가 공개된 순간이었다. 이 에디터는 당시에 이미 국정농단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취재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 씨의 존재와 최 씨가 나오는 ‘의상실 CCTV’는 보도가 보류됐다가 2016년 10월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한 직후에야 보도될 수 있었다. 앞서 그는 ‘기사들을 내지 못해 속이 타들어가던 무렵’ 한겨레신문 기자를 만나 국정농단 사건의 일부 정보를 알려줬다고 한다.
이 에디터는 “짐작해 보면 CCTV 영상을 보도하느냐 마느냐의 지점에서 기자들과 회사 상층부의 이해관계가 엇갈렸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또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에 대한 음해성 루머를 퍼뜨렸으며 청와대의 압력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일부 종편 및 시사주간지 등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그 단초는 물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최순실의 존재는 다시 어둠 속으로 묻혔다.
그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정권마다 문제가 된 권력실세의 전횡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2014년 최순실 게이트 일부가 드러났지만 그것을 보도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힘이 절정이었을 때였고, 청와대와 정보기관의 견제와 압력 때문에 쉽게 보도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비리와 부패의 농도가 매우 짙었기 때문에 언론 보도가 결국은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게 한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