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논란’ 오달수, 개봉 예정작만 넷...충무로 ‘비상’
연극배우 엄지영이 지난 27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오달수의 성폭행 사실을 고발했다.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던 오달수는 결국 tvN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하게 됐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4편의 영화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충무로에 비상이 걸렸다.
오달수는 지난 26일 이환경 감독의 ‘이웃사촌’ 촬영을 마무리했다. 김지훈 감독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2’, 한장혁 감독의 ‘컨트롤’도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다. 네 작품 모두 올해 개봉을 목표로 작업 중인 가운데 오달수의 성추문이 불거졌다.
해당 영화 관계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사실무근”이라는 오달수의 말을 믿고 영화 촬영과 편집을 이어나가던 이들은 성폭행 피해자가 직접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관계자들은 “오달수와 관련해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오달수는 충무로 ‘천만요정’이라고 불리며 국내 영화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 ‘1987’ ‘신과 함께’ ‘베테랑’ ‘암살’ ‘국제시장’ ‘변호인’ ‘7번방의 선물’ 등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한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극을 살리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필모그래피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오달수의 성추문 의혹은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행 관련기사 댓글에서 시작됐다. 한 누리꾼은 “1990년대 부산 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던 연극배우. 제게는 변태 악마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끔찍한 짓을 당하고 충격으로 20년 간 고통 받았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은 할 말 없을 거다. 1990년대 초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던 제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어 함부로 휘저은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오달수는 폭로글이 나온 지 6일 만에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봤으나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입장 표명이 늦은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참여하고 있는 영화(‘이웃사촌’)의 촬영 일정이 24일까지 잡혀 있었다”며 “배우로서 얼마 남지 않은 촬영을 마무리 짓는 게 도리이고 촬영장을 지키는 것이 제작진에게 이번 건으로 인해 그나마 누를 덜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에 글을 올렸다는 피해자가 JTBC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오달수의 공식입장을 반박했다. “성추행이 아니라 성폭행”이었으며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오달수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하루 뒤인 27일 연극배우 엄지영은 ‘뉴스룸’에 출연해 “나는 오달수가 사과를 할 줄 알았다. 기다렸는데 사과는커녕 그 분이 (고발자의)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 게 용서가 안 됐다”며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한편 오달수가 사과문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배우 오달수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후 공개한 사과문에 대해 분석했다.
2일 오후 방송된 KBS2 '연예가중계'에서는 '심야식담' 코너로 '미투' 운동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미투 운동'을 보며 새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마녀의 법정'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상사가 성추행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드라마를 볼 때만 하더라도 통쾌한 코미디 코드로 넘어갔다. 미투 운동 이후에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인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지혜는 "성추행 사실을 피해자는 숨기게 된다. 그건 사회의 문제인 것 같다"고 일침했다. 정덕현은 "범죄의 상처를 이겨낸 사람의 폭로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오달수의 사과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덕현은 "사과문 안에는 본인이 가해자인데 피해자인 듯한 표현이 들어가 있다"며 "'덫'이라는 표현을 사과문에 쓴 것,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는 문제가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정 인턴기자 soojung@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