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검찰 20가지 혐의 저지선 뚫고 불구속으로 빠져나가나?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뇌물 등 범죄혐의 피의자로 14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5번째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검찰 포토라인에 선 4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4분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출발해 9분여 만인 오전 9시23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린 이 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소회를 A4용지에 적어와 읽어내려갔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라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정치보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전의 '정치보복'이라는 발언을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20여개에 달하는 혐의점에 대해 '정치보복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게 중론이다. 이 전 대통령의 주요혐의는 뇌물수수와 직원 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횡령, 배임 등 무려 20가지에 이른다. 검찰이 캐낸 것도 있고, 기존의 혐의를 확인했던 것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측근들 입을 통해 나온 구체적인 혐의점도 많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 4명의 혐의점과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은 12.12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단죄라는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 등이 얽힌 가족의 개인 비리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또 다른 중범죄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비리 백화점'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국정운영을 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발생한 비리가 다양하게 얽혀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렇게 20여가지의 비리 혐의를 받고 있었다면, 당시의 언론환경과 이명박 정권의 힘으로 볼 때 벌써 구속이 되었을 사안이었을 것이다.
현재 검찰은 뇌물수수와 관련해 약 110억원대의 금전이 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정보원이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특수활동비 17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정황과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 60억원을 대납한 사안도 포함됐다. 이점만 봐도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이 동원됐다는 것과 재벌의 상징인 삼성이 얽힌 대표적인 국기 문란 사건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이명박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중형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의 법적 대응도 이 부분에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자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다스가 하도급업체에 지급한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부분도 조사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에 대해 관련 진술이 확보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사유인 거주불분명,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 사안의 중대성을 검토하고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미 상당 부분 관련자 진술과 물증이 확보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의 소환은 구속영장신청에 첨부할 피의자신문조서를 확보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 법원이 영장 발부에서 `구속의 필요성`을 엄격히 따지는 최근 추세를 반영할 때 구속영장 발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하지만 불구속 결정이 내려질 경우 여론의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할 때 자택에서는 지지자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면 지지자들의 상징적이 '시위' 정도는 있어야 했다. 이 정도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국정을 사유화한 최악의 범죄행위로, 역사적 단죄가 내려져야 한다. 구속은 필연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