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으로서 말 아껴”...하지만 가장 말 많았던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섰다. 뇌물수수, 다스 비자금 조성, 횡령·배임 등 20가지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말을 아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 포토라인에 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말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22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그는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4번째로 퇴임 후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이날 72초 동안 224자의 발언을 하고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이전에 포토라인에 섰던 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긴 시간, 많은 발언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4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대검찰청에 출석하면서 48초간 137자의 말을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들게 정말 송구하다. 이 사건에 대해 저 혼자서 모든 책임을 안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박연차 게이트’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봉하마을 자택을 떠나기 전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잘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15초간 35자만 짧게 말했다.
지난해 3월 21일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의 말은 역대 대통령의 포토라인 발언 중 가장 짧았다. 그는 8초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29자만 말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다음은 검찰 포토라인에 선 전직 대통령 발언.
◇노태우 전 대통령(48초, 137자)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송구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저 혼자서 모든 책임을 안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입니다.
이 자리에서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나로 인해서 많은 기업인들이 곤욕을 치렀습니다. 국민들 여러분께 부탁드리건대 이 기업인들 국제 경쟁력에 뒤지지 않게끔 밀어주시고 보살펴주시고 또 용기주시고 힘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15초, 35자)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가서, 잘 다녀 오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8초, 29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72초, 224자)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은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한번 국민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