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선언, 홍준표는 경기도와 빅딜 준비?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4일 ‘혁신경영’을 내세우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유럽의 에스토니아가 이미 성공시킨 블록체인 기술 기반 행정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서울시 행정에 도입하다”고 밝혔다.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의 시대' '혁신의 시대'를 열기 위해 서울시부터 혁파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 서울시장 출마회견 자리를 마련한 그는 "의사, 교수, IT 전문가, 경영인으로서 제가 가진 성공한 경험을 서울시를 바꾸는 데 모두 쏟아 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몇 달 우리는 도대체 뭐가 뭔지를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을 겪었다. 세상이 온통 뿌연 날들이 계절도 없이 반복되는데 미세먼지 대책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며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 대책은 무차별로 쏟아지는데 금리까지 불안하자 오르지도 않았던 우리 동네 집값부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이 잇달아 수감되는 모습을 전국민이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미래를 외치던 정치인의 감춰진 모습이 드러나 추락하는 것도 지켜봤다"며 "어떤 게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위선과 거짓과 무능이 판치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꼭 1년 전 이맘 때를 아프게 기억한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열화와 같은 성원에 놀라고 감동했지만 제가 그 기대를 담아내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죄스러운 마음에 숨을 수도 없었다. 다당제를 뿌리내리고자 피땀 흘려 만든 정당이 송두리째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에 당 대표로 다시 나섰고 실로 힘든 통합과정을 넘어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다시 백척간두에 섰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했던 서울시민의 열망에 답하지 못했던 기억 또한 지금도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홍문표 사무총장은 4일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끝까지 뛸지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안철수 위원장은 시작만 했다가 결국은 그만두고, 이렇게 오늘까지 정치가 이어져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홍 사무총장은 “단일화가 되려면 후보를 내기 전에 했어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사무총장은 “단일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한국당은 116석을 갖고 있고 바른미래당은 30석에 불과하다”며 “비교가 안 되는데 이걸 키워보려고 하니까 바른미래당에서 군불을 지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해 홍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3번 하고 경기지사를 2번이나 했기 때문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이 제 1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안철수 후보에게 양보하는 건 여러가지 여건 상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바른미래당에서 양보할 경우 실질적인 단일화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부분에 기대를 거는 측면도 있다. 약세인 서울을 버리고 경기도라도 잡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홍준표 대표가 다시 당 수장직을 맡을 명분도 생길 수 있다.
김문수라는 어정쩡한 카드를 빼낸 것도 안철수 후보에게 막판 양보를 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럴 경우 홍 대표의 자리는 보전될지 몰라도 제 1야당으로서 서울시장직 도전에 당당히 임하지 못한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다. 홍 대표의 '선사후당' 정신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