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외유 출장' 확인 땐 뇌물죄 처벌...청와대는 "문제없다"

2018-04-11     성기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단호하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적극 방어하면서 '김기식 정국'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기식 한명 때문에 문재인 정부 전체가 휘청거리는 외통수 국면을 자처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을 순전히 '법대로'만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뇌물수수죄로 처벌을 받을까?


판례에 비춰볼 때 김 원장이 의원 시절 갔던 직무상 출장이 '외유성'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뇌물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반면 정당한 목적의 출장이었음이 입증된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이 뇌물 등 혐의로 김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조만간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겸 예산결산소위원회 위원장 시절이던 2015년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예산으로 미국과 유럽에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김 원장은 당시 KIEP가 한미경제연구소(KEI) 및 한미연구소(USKI)의 운영 등에 실질적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예산만 넘겨주고 있어 국회 차원의 개선 요구가 있었기에 현장조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KIEP 출장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원했던 유럽 사무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대가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김 원장은 2014∼2015년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 등의 지원을 받아 우즈베키스탄과 중국 등지에 다녀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당시 김 원장과 피감기관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었던 만큼 외유성 출장 역시 뇌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감기관이 직무와 관련한 편의를 받을 목적으로 그 비용을 댄 것으로 판단된다면 충분히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1년 국회 상공위원회 소속 이재근 위원장 등 국회의원 3명이 피감기관인 자동차공업협회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이 위원장 등은 협회에서 총 3168만원을 지원받아 9박10일간 북미 지역을 시찰했고 여행경비 명목으로 1만6000달러를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원은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 이 위원장에게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3년 등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김 원장의 당시 출장이 외유성이 아니라 순수하게 공무적 성격이었다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경우 김 원장이 부당하게 유·무형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뇌물죄는 아니지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업무와 관련된 출장을 지원받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검찰은 박상은 전 의원이 한국선주협회 후원을 받아 해외시찰 명목으로 오만, 싱가포르 등 항구도시를 시찰한 것과 관련해 경비 3000만원 상당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2014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익단체가 참가비를 지원한 행사여도 민의수렴 업무와 관련돼 있는 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청와대는 11일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야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해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한 논의는 더 없나'라는 물음에 "없다"고 대답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기 직전 보좌진에게 수천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퇴직금은 당연히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에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를 9일 남긴 2016년 5월 20일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500만 원, 300만 원, 400만 원 등 모두 2천200만 원을 계좌 이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자금 계좌는 의정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과 관련된 것으로, 전별금 형식의 퇴직금은 정치자금 계좌에서 이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의 '김기식 지키기'는 그렇다고 해도 민심 여론에 민감한 집권여당 민주당이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청와대에 민심을 그대로 전달하고 김기식 원장 사퇴를 정식으로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김기식 원장이 당에 유용한 카드로 보고 적극 천거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점 때문에 당 차원에서 사퇴를 건의하지 못하고 있고, 청와대도 사퇴시킬 시점을 '실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계륵' 돼 버린 김기식 카드는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까.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