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특검 수용 안하면 단식 중단하겠다"...단식강행인지 아닌지 설왕설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기괴한’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그는 “특검 수용을 안 하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던지고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의 해석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와 논란이다. 특검 수용을 안 하면 힘든 단식을 중단하겠다는데, 이게 특검을 수용하라는 것인지,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 원내대표의 이와 같은 발언은 단식 5일째인 7일 국회에서 한국당 비상의원총회를 한 뒤 본청 앞 계단에서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과 관련한 여야의 협상 시한을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시한 시한과 같은 8일 오후 2시로 못 박았다.
그리고 "민주당이 끝내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천막 농성 투쟁도 노숙 단식 투쟁도 모든 것을 접고 이대로 5월 국회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끝까지 특검을 거부하고 국회 정상화를 걷어차 버리면 당으로서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는데, 그 특단의 조치가 곧 '천막 농성·노숙 단식 중단'과 '5월 국회 종료'라는 얘기다.
이런 발언을 한 의도는 특검을 거부하면 5월 국회 자체를 거부해 추가경정예산안·민생법안 등의 현안 처리도 모두 무산시키고 그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겠다는 압박을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역시 "민주당의 특검 거부로 5월 국회마저 이대로 종료된다면, 4월 국회에 이어 5월 국회 파행이란 모든 정치적 책임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주기 바란다"고 밝혀, 이런 의도를 명확히 했다.
문제는 "조건 없는 특검 관철을 놓고 무기한 노숙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면서 노숙 단식에 들어갔던 김 원내대표가 갑작스레 "특검을 거부하면 단식을 접겠다"고 한 대목이다.
관련 기사들에는 "이건 무슨 소린지. 안 받으면 단식 중단?", "특검 안 받으면 노숙 단식 안 한다고? 특검 받으면 단식 안 한다가 맞지 않나?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건지. 누구 설명 좀 해 주세요", "국민 모두가 국어 공부를 다시 해야 되겠다. 성의를 안 보이는데 왜 단식 중단이냐. 관철될 때까지 계속해야지", "기사가 잘못 나간 거?"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배가 많이 고팠냐" "밥 먹고 싶어 온갖 꼼수 다하네"와 같이 단식 중단의 명분을 억지로 찾은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눈에 띈다.
정치권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8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단식 농성도 '이걸(특검을) 안 들어주면 무기한 단식 농성하겠다'고 얘기해야 되는데, '안 들어주면 단식 농성 접겠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면서 "참 난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야는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원내대표 정례 회동에서 국회 정상화 협상을 이어갔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여야는 결렬 선언은 하지 않고 이날 중 계속 대화를 하기로 해 정 의장이 시한으로 정한 '8일 오후 2시' 이후에도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협상 결과 특검이 수용되면 단식을 접고, 특검이 수용 안 돼도 단식을 접겠다는 김 원내대표. '솔로몬의 해법'이라고 봐야할 지, '기발한 퇴로'를 마련한 것인지, 국민의 평가가 궁금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평소 쇼맨십이 강하고 임기응변에 능한 전형적인 ‘예능형’ 정치인에 속한다. 홍준표 대표가 강한 카리스마로 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김 원내대표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번 애매모호한 발언도 대중의 호기심을 유도하기 위한 지극히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말장난 속에서 국회는 무려 2달동안 민생을 전혀 챙기지 못한 식물상태로 지새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