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렉시트·G2무역전쟁…금융위기 전조?

유로존 붕괴위기 우려…신흥국 자본유출 겹쳐

2018-05-30     진명은



남유럽발 경제위기,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자본 유출로 집약되는 3대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각각 진원이 다른 세 가지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가 헤어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계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유럽이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건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닌 냉혹한 현실이다.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게 잘못되고 있다"며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가능성을 엄중 경고했다.

소로스 회장은 이날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외교협의회 연례회의에서 유럽이 직면한 세 가지 문제점으로 난민 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은 영토 붕괴, 긴축정책을 꼽으면서 "또 다른 대형 금융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이탈리아 연정 구성이 무산된 데 따른 정치 불안 악재가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소로스 회장의 경고는 `냉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으로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다는 염려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내던졌다. 이 나라 2년 만기 국채금리가 전날 0.9%에서 장중 최고 2.83%까지 수직 상승한 뒤 2.77%로 마감했다. 채권금리 급등은 채권가격 급락을 뜻한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이탈리아 국채 2년물 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디키 호지스 노무라자산운용 채권펀드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가 국민투표로 유로존 탈퇴(이탈렉시트)를 결정할 것이라는 염려가 유럽 증시뿐 아니라 뉴욕, 아시아 증시를 동반 강타했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500포인트 이상 추락했고 일본·한국·홍콩 증시도 줄줄이 내리막을 탔다. 코스피는 1.96% 급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전날(2.93%)보다 뚝 떨어진 2.77%를 나타냈다. 2016년 6월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이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첨단기술 품목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을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을 재점화할 태세다.


한동안 진정 국면을 보였던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세계 교역을 위축시켜 글로벌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염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는 통화가치 급락과 자본 유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유로존 내 세 번째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감이 확산되자 시장에서는 `6월 위기설`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월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더 빠른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 달러 강세와 글로벌 자금 이동을 한층 재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명은 기자 ballad@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