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폭탄→중국 보복관세→미국 4배 재보복…끝이 안보인다
G2 무역전쟁 전면전
미국이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중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도 맞대응을 선포하고 나서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 무역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해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국이 지난 6일 서로 340억달러에 해당하는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발효시키며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불과 4일 만에 미국이 `2000억달러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이 방안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의 충격은 클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 그에 대해 또다시 보복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이 다시 반격하면 미국은 사실상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관세폭탄을 투하할 태세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에 대한 `반격카드`로 보복 관세는 물론 미국 국채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실물경제에 이어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은 갈수록 그 규모를 키워갈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6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중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나머지 160억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 관세를 매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똑같은 규모로 미국산 농산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25% 보복 관세를 매기며 맞대응에 들어갔다. 양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160억달러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가 상호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미국이 이번에 발표한 2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에 발표된 `500억달러 관세`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2000억달러는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인 5055억달러의 40%에 해당할 정도로 막대하다.
품목도 다양하다. 이번에 발표된 6031개 품목은 석탄, 철강, 알루미늄, 화학, 첨단기술 제품에 더해 TV 부품, 냉장고, 기타 가전, 타이어, 가구와 목재상품, 야구 글러브, 카펫, 문, 자전거, 스키, 뷰티상품, 의류, 골프가방, 개·고양이 사료 등이 망라됐다. 또 하이테크 제조에 필요한 재료인 희토류도 포함됐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은 2000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중국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유보하고 있는 2000억달러어치가 있고, 또 3000억달러어치가 있다"며 미국의 추가 관세 대상이 5000억달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발표한 500억달러 규모에다 이번에 2000억달러, 추가로 3000억달러 등 총 5500억달러에 `관세폭탄`이 매겨지면 이는 사실상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인 5055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 된다. 사실상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경고`다.
이에 대해 중국도 맞대응 방침을 세웠지만 앞으로 양국 간 무역전쟁은 지금과 달리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으로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규모 차이로 인해 보복 관세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55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수입액은 1299억달러에 불과해 중국 입장에서는 보복 관세 맞대응에선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중국은 관세 수단에 이어 비관세 장벽 등을 동원할 태세다. 여기서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 부채의 약 8%에 해당한다.
중국이 1조1800억달러 규모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국채 가격 하락, 미국 금리 상승 등을 몰고 와 미국 경기 둔화, 증시 하락 등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두려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이지만 중국도 국채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시장에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계속되는 소모적인 `치킨게임`에서 `끝까지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에 위안화 가치도 추락했다.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오전 한때 전날 대비 0.62% 하락한 달러당 6.6919위안까지 떨어졌다. 역내 시장에서도 전날보다 0.7% 떨어진 6.6783위안까지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의 `2000억달러 추가 관세 계획 발표`를 보도하면서 이번 조치가 실행되기까지 공청회, 의견수렴 등 대략 2개월간 기간이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과 중국이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진명은 기자 ballad@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