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산책 중 무차별 폭행한 남성 영장 기각에 피해 여성 ‘공포’
반려견과 산책하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남성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소식을 접한 피해 여성은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곳곳에선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여성과 반려견을 폭행한 혐의로 정모씨(28)를 붙잡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던 여성 A씨(27)와 반려견을 무차별 폭행했다.
A씨는 앞니 2개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고 반려견도 다리를 다쳐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며 아스퍼거증후군과 강박 장애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중앙일보는 의료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질병이 반사회적인 폭력 행위를 설명할 수 없다고 8일 보도했다. 의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아스퍼거증후군은 사회적 능력에 결함을 갖는 장애로 사소한 것에 화를 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폭력성과 무관한 질병”이라며 “특히 정상 지능을 가진 아스퍼거증후군 환자라면 무차별 폭행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박 장애도 마찬가지로 강박적인 사고를 해소하기 위해 터무니 없는 행동을 할 순 있지만 그 자체로 폭력성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피해 여성은 다시 마주칠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중앙일보에 “(가해 남성이) 강아지가 짖는 것을 보고 화가나 폭행했다는 것을 나중에 기사 보고 알았다”며 “그러나 강아지는 짖지 않았다. 그냥 강아지와 여자를 보고 화가 나 때린 것 같다. 그런데 다음날 이 남성이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발이 떨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만약 이 남성이 벌을 받지 않고 나오면 언제든 마주칠 수 있어 너무 무섭다”고도 했다.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무차별 폭행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에 따르면 A씨와 강아지가 아파트 앞 동을 지나는 순간 덩치 큰 남성 정씨가 갑자기 강아지를 때릴 것처럼 손과 발을 휘두르며 욕설을 시작했다.
A씨는 무서워 강아지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갔다. 정씨는 A씨에게 ‘몸을 대줬다’는 식의 성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정씨는 단단한 것을 던졌고 이를 맞은 A씨는 아파서 뒤를 돌아봤다고 하낟. 이 순간 정씨가 달려왔다. 정씨는 A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주로 얼굴 위주로 때렸다. A씨는 신발도 다 벗겨졌다. A씨는 지나가는 배달원에게 기어가 ‘살려 달라’고 호소했고 배달원이 정씨를 붙잡으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경찰은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광주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A씨를 폐쇄병동이 입원시켰다. 도주할 경우를 대비해 병원에 핫라인을 구축하고 B씨에게도 문제가 생길 경우 경찰에 곧바로 신고할 수 있는 기기를 제공했다. 경찰은 다음 주 중 정시를 상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