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기 빨고 환생시도하는 홍준표...김병준은 왜 멀뚱멀뚱?

2018-10-23     성기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하루에 3~4건의 글을 올리고 유튜브 TV까지 개설하는 등 폭넓은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불과 4개월 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뒤 물러난 제 1야당의 운신 치고는 매우 활발하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지금 자유한국당의 임시 주인을 맡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에 대한 대책은 있을까. 가랑비에 옷만 젖는 게 아니라 잠시 맡고 있는 곳간도 순식간에 털릴 가능성은 없을까.


현재 자유한국당 돌아가는 행색은 망한 집에서 더 뜯어갈 건 없는지 서로 드잡이질을 하는 것 같다. 튼튼한 대들보부터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없는 살림 더 훔쳐갈 건 없는지, 그런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홍준표와 김병준의 일합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홍준표 입장에서는 '애송이'에 불과한 김병준을 쉽게 몰아낼 수 있다고 믿다. 최근 그가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보는 장외에서 세를 모아 김병준을 쳐내는 것이다. 보수의 대표주자는 대선까지 뛴, 오로지 홍준표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전직 관료, 언론인 출신 보수 우파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들과 함께 보수성향 정책포럼을 연내 발족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이문열 작가도 고문으로 합류한다. 홍 전 대표는 최근 경기도 이천 이문열 작가 작업실을 찾아서 한참 이야기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케미'가 심상치 않다.


이문열 작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이미지가 너덜너덜해진 홍준표를 감싸고 돌아 그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 제의를 거부했던 작가 이문열은 홍 전 대표의 이른바 돼지발정제 논란과 관련해 “홍 전 대표는 요즘 인기가 제일 없는 축에 들지만 이는 이미지를 덧씌운 결과”라며 “그 이름만 나오면 돼지발정제가 나오고, 말도 안 되는 강간미수 시비까지 거는 자들은 한심한 정도를 넘어 가엾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작가는 “전원책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첫째로 내세운 게 옛날로 치면 칼질이더라”라며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에게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현 비대위 체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그는 이어 “내게 제일 걱정되는 일이 바로 지금 그 두 사람에게 내려진 선고의 원인이 된 세평 혹은 여론을 가장한 낙인찍기, 인상조작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반대진영의 가장 저급한 행동대,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 있는 좌파 드루킹들이 반복과 뻥튀기로 만들어 낸 이미지와 심리적 폭력으로 이미 진창에 굴러떨어진 자유 한국당의 리더들이 함부로 희화화돼 말살되는 일에 함께 시시덕거리는 못난 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그들(김무성 전 대표의 새누리당)에게 표를 주지 않아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는 요즘 인기가 제일 없는 축에 들지만 이는 이미지를 덧씌운 결과”라며 “그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다고 해도 그 책임만으로 30년 정치 이력을 포기하라고 말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날 전 변호사가 김 의원과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한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진보 진영의 낙인찍기 전략에 빠져든다”며 보수의 리더들이 조롱받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작작의 이런 홍준표 쉴드는 사실상 현 비대위 체제에 반기를 들고 또 다른 보수 구심점을 만들어보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홍준표로서는 고맙기 그지 없는 비호행위다. 먼저 이 작가가 이런 발언을 한 배경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분석해보자. 일단 이 작가는 보수의 본류를 자처하는 강경 보수주의자다. 그는 최근 일련의 한반도 해빙 무드에 대해 "한반도평화는 아직 실체가없고, 김정은의 핵포기 가능성은 제로다"라고 일갈했다(7월 20일 헤럴드경제 인터뷰).

그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 체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의 시국관과 맞닿아 있다. 어설픈 보수당 체제로 가서는 현재의 냉엄한 한반도 정세를 보수주의 관점에서 끌고갈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택한 카드가 홍준표다. 김병준 체제가 혁신과 확장성을 내세워 남북관계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이런 상황일수록 보수는 더욱 그 이념과 정책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 이 작가의 인식을 홍준표는 그대로 받아 마치 자기 것처럼 써먹고 있다. 최근 홍 전 대표는 "정당은 이념과 정책으로 승부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이문열 연합군의 첫번째 무기는 바로 보수주의에 충실한 이념과 정책인 셈이다.

김병준 체제가 혁신을 무기로 중도확장, 새 인물 영입에 골몰하는 사이 홍준표-이문열은 그들이 정작 간과했던 이념과 정책이라는 보수의 본류 프레임을 선점한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홍준표의 맷집을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가 짐작된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고 물러난 뒤 사실상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지레 짐작한 것이다.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시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김병준이 바라던 것이 아니다. 죽은 줄 알았던 홍준표가새로운 주인 김병준의 턱밑까지 이미 올라와 있다. 언론은 김병준의 대항마로 홍준표를 상정하고 있다. 김병준으로서는 '어, 어' 하는 사이에 홍준표가 그 뒷공간을 잽싸게 차고 앉은 것이다.




집안단속과 인물영입에 빠져 있던 김병준으로서는 골치아픈 장애물을 만났다. ‘홍준표 배제론’을 직ㆍ간접적으로 표명해왔던 자유한국당 비대위가 이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홍 전 대표가 우파 싱크탱크 발족을 본격화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수용 여부가 박근혜 토론, 태극기 부대에 이은 ‘보수통합론’의 또 다른 복병이라는 지적이다.


홍 전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오늘 ‘프리덤 코리아’와 ‘TV 홍카콜라’ 도메인 등록을 했다”고 밝혀 보수성향 정책포럼과 유튜브 1인 방송의 연내 출범을 공식화했다. 특히 ‘프리덤 코리아’엔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으로 거론되던 이문열 작가가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를 상징하는 외곽단체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홍 전 대표는 “우리가 추진하는 프리덤 코리아는 사분오열되고 흔들리는 이 나라 보수ㆍ우파들의 중심축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일부에서 추측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나 겨냥하는 작은 목표가 아니다”라며 “프리덤 코리아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한국 보수ㆍ우파의 싱크탱크이자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첨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뜻 있는 정책 전문가들을 모시고 네이션 리빌딩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아울러 TV 홍카콜라는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에 기대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이문열의 시각을 그대로 자신의 입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좌파들은 이명박(MB 정부) 이래 박근혜, 홍준표로 이어질 때 늘 이념과 정책으로 대결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찌질이들을 동원하여 상징 조작, 이미지 조작으로 우파정당의 리더들을 희화화해 당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야비한 수법을 사용해왔다”고 꼬집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돼지 발정제’ 등이 철저히 프레임과 조작의 산물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앞서 21일엔 “왜 보수 우파 진영에는 타율 1할도 안 되면서 타석에만 서면 병살타나 치는 선수가 메이저리거라고 폼만 잡는 삼류가 즐비할까”라며 당내를 겨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한국당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쏘아붙이는 홍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친홍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의원은 “아무리 ‘막말’이라고 폄하해도 미디어가 홍준표에 주목하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 아닌가”라며 “강성 귀족노조, 북한 가족주의 등 홍준표만큼 구도를 잡아 상대방의 아픈 곳을 저격할 줄 아는, 한마디로 싸울 줄 아는 우파 정치인도 드물다”라고 했다.


반면 비대위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 보수참패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가"라며 "이제 겨우 4개월 남짓 지나 자숙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정치적으로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이려고 조급증을 내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전했다.


당초 김병준 비대위는 홍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홍준표 블랙홀’에 빠질 것을 우려해 극히 부정적이었다.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도 “홍 전 대표가 큰 그릇이라면 빠지고, 끝까지 고집하면 스스로가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보수통합을 위해 태극기 부대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왜 홍준표만 콕 집어 안 된다고 선을 긋나”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병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전당대회는 어떤 형태로 치를지 내 나름의 구상이 있다”며 “누가 나올지 모르지만, 비대위원장으로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양보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래도 당 대표를 하신 분인데, 지금 당장 ‘나가달라’거나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면서도 “그분이 정말 출사표를 던지면 그때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김병준의 홍준표에 대한 인식은 '꺼진 불'이었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홍준표는 이문열 등 장외군과 이념과 정책을 무기로 대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병준으로서는 큰 실책을 했다. 김무성 홍준표 배제론만 되뇌었다. 그들은 이미 국민들이 배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들을 주로 거론하면서 오히려 화를 키운 꼴이 됐다.


김병준은 지금까지 누구는 안 된다라고만 외칠 뿐,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아 '나는 이런 집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비전과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큰 패착이 있다. 아직 승부가 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홍준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됐다. 김병준은 그 뒤를 쫓아가며 비난하기 바쁘다. 지금 상황이라면 김병준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 질주하고 있어야 한다. 홍준표를 저 멀리 떼놓은 채.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