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중진들, 김병준 면전서 “누가 칼질 허락했냐” 공개 비판

2018-10-31     성기노




자유한국당 일부 중진 의원들이 31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면전에서 비판했다. 그동안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던 김병준 체제를 향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비판의 주 내용은 비대위의 로드맵 제시 미비, 보수대통합 행보, 인적청산 시도, 비대위와 조직강화특위의 갈등이었다. 주로 친박근혜 성향 의원들이 나섰다. 일부 중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끝장토론’ 개최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에서 “우리당의 로드맵이 이제 제시되야 한다. 지금 원외 당협위원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갈팡질팡하고 있다”면서 “대표 체제가 바뀌면 그 때마다 원외위원장을 흔들어대니 지역구 관리를 연속으로 할 수 없고, 하려고 해도 흔들면 힘이 빠진다”고 주장했다.


또 “비대위 체제는 시민들이 볼 때 한시적 기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 지지율이 안 오르는 원인 중 하나”라며 “위원장이 간담회를 통해 당원들에게 (차기 전당대회 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예측가능성에서 좋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비대위가) 보수대통합 이야기 하는데 저는 보수대통합은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당 대표가 할 최대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비대위가 보수대통합(을 할) 노력이나 과정,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집(한국당)을 뛰쳐나간 사람을 데려오는 게 보수대통합 아니다. 차기 당 대표가 해야 할 숙제라고 본다”고 했다. 보수대통합을 띄우며 원외 인사를 만나고 있는 김 위원장을 비판한 것이다.


정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구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당론이 논의조차 없었는데 (한국당 의원들이) 정개특위에 가서 개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건지 혹시 원내대표 지시로 이야기하는 건지 논의도 없는 말씀을 정개특위원들이 가서 이야기한다”면서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건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라 본다”면서 “우리당에서 빨리 선거구제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는 과정을 밟아달라”고 요청했다.


홍문종 의원은 “(제가) 중진까지 됐는데 (당에서)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쓴 소리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확실하고 분명한 우리의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당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당을 다 나갔던 사람이, 탄핵을 찬성한 사람들이 한 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탄핵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당을)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이 아무말도 안 하고, 탄핵에 앞장서고 당 저격하고 나간 사람이 무슨 당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지도부인 바른정당 복당파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용태 사무총장을 비난한 것이다.


그는 또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을 겨냥해 “경제민주화가 어떻고, 당 로고 빨간색이 어떻다는 거냐(고 하는데) 그때(2012년 대선)는 그렇지 않고 이길 수가 있었냐”면서 “왜 말을 함부로 하냐. 대통령 선거를 졌어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인적쇄신과 관련해서는 “누가 칼질하라고 허락했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훈 의원은 “요새 언론을 보면 비대위와 조강특위의 갈등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면서 “이런 갈등설 보도는 당에도 좋지 않고 잘못 다루게 되면 당을 분열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비대위원장이 잘 좀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정진석 의원은 “홍문종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백서를 만들자는 의견도 주셨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넘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연 이 시점에서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며 “국민들이 우리에게 탄핵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갈등하고 이런 것을 바랄까”라고 했다.


조경태 의원은 “김병준 위원장이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다”면서 “서로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우리가 똘똘 뭉쳐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따가운 말씀이 있었고 이래서 중진회의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마음을 열고 들을 이야기는 다 들어야 한다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그는 “다만 정우택 의원이 로드맵 이야기를 했는데 전달이 다 안 돼 죄송하다”면서 “여러 자리에서 (언급) 했는데 제대로 전달된 것 같지 않아 죄송하다”고 했다.


비대위와 조강특위의 갈등설에 대해 “비대위는 비대위, 조강특위는 조강특위대로 당헌·당규에 따라 각자 권리와 의무가 있다”면서 “(전 변호사의) 조강특위 범위를 넘는 발언이 개인 소신 차원에서 된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그 부분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이야기고 비대위는 사무총장과 제가 중심이 돼서 나름대로 챙겨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지 넉달이 돼 가지만 이렇다할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제 1야당의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책임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있다.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다, 결국 중진들의 되치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중진들은 숨죽여 김병준의 내공과 칼날을 지켜봤다.


결론은, 앞으로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일까. 오늘 쏟아낸 중진들의 지적은 김병준 체제가 성과없이 끝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병준에게는 이제 더더욱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본인의 직을 걸어야 한다. 대권 도전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해 대권 불출마 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 여건이 되면 자유한국당 개혁이 끝나면 정계은퇴까지 염두에 두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꺼진 줄 알았던 김병준의 정치생명이 자유한국당에서 어렵게 연장됐다. 그 책임과 소중한 기회를 진정한 보수혁신을 위해 소진하고 본인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질 때 국민들의 진심어린 박수가 쏟아질 것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