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 실물이 어려워”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11일 “실물이 어렵다.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인 ‘J노믹스’의 틀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김 부의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경제팀을 향해 일침과 조언을 했다.
그는 “위기 논쟁이 있었다”면서 지금의 경제 현실은 과거 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지표로 보면 2009년 봄, 고용은 2000년 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08년 금융위기, 1997년 외환위기 기간에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그때는 금융·외환의 어려움이었고 실물은 건전했다. 그래서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실물이 어렵다.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 능력은 지난 5월 그 바닥을 이미 잘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그 근거로 “생산능력을 증대시키거나 생산성을 제고하는 설비투자가 전년동기대비 금년 2분기에는 -5.9%, 3분기에는 -13.7%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동시에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도 금년 3월이후 전년 동월비 7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와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동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 흐름이 감소와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감소는 필연이고, 세원이 약해져 복지증대를 지속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현재까지는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건설기계등의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그나마 2.6%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반도체 가격이 내년 초경부터 정상수준으로 하락하면, 이것마저 흔들릴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수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1% 하락하면 우리의 성장률도 0.4%수준의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며 “그럴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2.5% 아래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의장은 글 말미에 “이번에 경제정책을 맡게된 분들의 어깨가 무겁다”며 “이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는 세계경제질서에 적합한 정책들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현재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번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동반사퇴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이에 대해 "현재의 정부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2년을 허송세월 했다.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사람이 없다. 너무 윗선 눈치를 보기 때문에 실무 선에서 소신 있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공무원들도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현 정부 노선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주장을 하면 '적폐'로 몰릴 것을 두려워해 누구 하나 용기 있는 쓴소리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 실제로 쓴소리를 한다고 해도 공정위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발언 당사자의 연구비 등을 죌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얘기할 분위기도 아니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사회가 복지부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한 정부기관은 전 정권 퇴직 고위인사들과의 모임을 주선했다고 한다. 정책 조언을 듣기 위해서 현 정권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기관과의 유기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모임'까지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정부기관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우리만 일을 한다는 불신이 늘어가고 있고, 정부기관 공무원들은 청와대의 날선 기세에 눌려 소신껏 정책실행을 하지 못하는 엇박자가 나온다고 한다. 경제도 심리고, 권력기관간 이런 분위기도 심리에 해당한다.
청와대가 공무원들에게 소신껏 그리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적폐청산이라는 큰 아젠다가 경제 등 다른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관료사회가 위축되고 눈치보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적폐청산은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 적폐청산의 원심력이 문재인 정부 전체로 확산되면서 다른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청와대도 그 속도와 방향에 대해 다시한번 밑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관료사회의 잠재력과 추진력을 경제 한 방향으로 끌어올리자는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수현 정책실장-홍남기 경제부총리 콤비의 경제 구원 역할에 기대가 크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