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혐의' 기대하며 트위터 설문조사 올렸지만 “혜경궁 김씨 동일인” 여론에 충격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에서 일약 경기도정의 사령탑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여론에 민감하고 여론집결의 지점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정치적 센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그 센스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트위터 설문조사를 띄웠지만 결과는 그의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궁지에 몰리면서 총기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내 김혜경씨와 필명 ‘혜경궁 김씨’(@08__hkkim)의 동일인 정황을 반박할 목적으로 진행한 트위터 설문조사를 올렸으나 그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참여자의 대부분은 경찰 조사 결과에 공감했다.
이 지사가 19일 오후 2시35분까지 24시간 동안 트위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는 “트위터 공유 직후 곧바로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공유했으니 동일인“이라는 경찰 조사 결과에 동의했다. 참여자는 3만8813명. 이 가운데 3만명 이상의 참여자가 경찰 조사 결과에 무게를 실었다.
이 지사의 질문은 “트위터에 공유한 사진을 캡처해 카카오스토리로 옮기면 계정 소유자는 동일인인가”였다. 그러면서 아내 변호인의 주장으로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이를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기보다 원본사진을 카카오스토리에 바로 공유하는 게 더 쉬워 동일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다른 하나의 보기로 제시했다. 이 의견은 19%만의 지지를 얻었다.
이 지사는 트위터를 주요 소통창구로 활용하는 파워트위터리언으로, 팔로어는 56만6000명을 상회한다. 트위터 설문조사 참여는 팔로 여부와 무관하게 이뤄진다. 다만 트위터 회원에 한정된다. 트위터 아이디를 소유하지 않으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이 지사는 이번 설문조사를 중복 투표, 참여 취소가 불가능하도록 설정했다. 한 표가 트위터 회원 한 명의 의견인 셈이다.
경찰은 김씨가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40분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 입학 사진이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점, 2013년 5월 18일 이 지사가 트위터에 올린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의 사진이 이튿날 낮 12시47분 혜경궁 김씨 트위터, 오후 1시 김씨 카카오스토리에 연달아 올라온 점을 단서로 삼았다.
김씨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5·18 유족 사진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의 캡처본이었다. 이 지사는 이 정황을 오히려 “아내와 혜경궁 김씨 계정 소유자가 동일인일 수 없다는 증거”라며 반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혜경궁 김씨와 동일인이었을 경우, 카카오스토리에 캡처본이 아닌 원본을 올렸어야 자연스럽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경찰이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자를 아내로 단정한 스모킹건이 허접하다”며 “번잡한 캡처 과정 없이 사진을 바로 공유하는 게 정상이다. 트위터 공유 사진을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건 계정주가 같다는 스모킹건이 아니다. 오히려 다르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여론을 잘 읽는 정치인으로 이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혜경궁김씨에 쏟아지는 비난과 질책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한다. 이 지사는 현재 친문진영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 전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본인이 그 타개책으로 내놓은 트위터 여론조사는 불같이 번져가는 비난여론에 오히려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똑똑하고 정치감각이 탁월했던 한 정치인이 한발짝 잘 못 디딘 발걸음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남은 지지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검찰의 '재조사와'와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사가 자초한 꼴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