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과 소품실 1. 이케아(ikea)

2016-05-12     김임수




지난해 매출 42조원, 스웨덴 가구 공룡 이케아(ikea, 아이키아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에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을 오픈하면서 친숙해진 브랜드다. 1인 가구 시대, 이케아는 어느덧 셀프 인테리어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듯하다. 피처링 역시 사무실을 옮기면서 이케아를 2번 방문했고, 두 에디터가 콘텐츠를 만들었다.


중년 아저씨 이케아 방문기

사무실 꾸미기 프로젝트3-'축'온라인 집들이


본인은? 그냥 감상에 젖고자 한다.






"I'd flip through catalogs and wonder, 'What kind of dining set defines me as a person?"

"나는 카탈로그를 넘기며 생각했다. '이중 어떤 식기류가 나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을까?"


자칭 '씨네필'이라면 이케아와 함께 영화 <파이트 클럽 (Fight Club, 1999)>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자동차 리콜 심사원인 잭(에드워드 노튼)과 웨이터로 일하며 틈틈히 고급 비누를 만들어 납품하는 타일러(브래드 피트)의 기묘한 동거. 그리고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는 영화.


'문명파괴를 통해 인간해방을 역설하는 영화'라지만 에디터에게는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킨 영화였다. 변기에 앉아 카탈로그를 뒤적이는 잭, 그리고 잭이 집에서 움직일 때마다 떠오르던 이케아 이름표와 가격표. 이케아는 고집스러운 잭의료하고 공허한 일상을 잘 표현하는 도구였다.




재미있는 건 당시 줄거리 소개를 보니 이케아를 "스웨덴 산 고급 가구"라고 소개했다는 점이다. 당시는 그런 인식이 있었던 것일까. 한샘과 리바트, 에이스 침대가 들으면 참 섭섭할 소리.




그런가 하면 이케아는 연인을 위한 놀이터이기도 하다. 영 감이 오지 않는다면 <500일의 썸머(Days Of Summer, 2009)>의 탐(조셉 고든 레빗)과 썸머(주이 디샤넬) 데이트 장면을 리플레이 해보자. 한여름 양철지붕처럼 뜨겁게 타오른 탐과 썸머는 마치 신혼부부가 된 마냥 이케아 쇼룸을 누빈다. 역할극은 욕실을 살피던 중국인 가족을 맞닥드리며 끝난다.



▲ 아주 놀구들 있네.


광명 이케아 쇼룸 역시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다. 실제 커플들도 많이 찾는다. 물론 현실에서 저런 데이트를 재현했다간...(이하생략)




이 영화를 본 수많은 '연알못'들은 자신의 이상형으로 탐과 썸머를 꼽기도 했었다. 에디터 역시 2010년 2분기 이상형이 주이 디샤넬이었다. 탐에겐 썸머(summer)가 떠나고 어텀(autumn)이 찾아왔지만 우리들은,








안 생기니 결국 판타지에 젖어든다. 영화 사상 가장 유쾌하고 환상적 서사를 써내려 가는 중인 MCU(마블 씨네마틱 유니버스), 이곳에도 이케아가 등장한다.




마블의 '문제작' 데드풀(Deadpool, 2016)에서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자 여친을 홀로 두고 비밀 실험에 참여한다. 그리고 강력한 힐링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다.


'제 4의 벽'을 깨고 나와 관객에게 온갖 드립을 날리는 데드풀, 급기야 '퍼니처 조크'를 구사한다. 힘껏 싸우고 피를 뒤집어쓴 채 반지하방으로 돌아온 데드풀이 발음조차 까다로운 이케아 제품명(모두 스웨덴어로 돼 있다)을 줄줄이 읊어대던 그 장면.





▲ 이케아 쿨렌


병신년에 걸맞은 새로운 유형의 히어로. 어쩌면 데드풀은 좀 슬픈 영웅이다. 불사의 히어로인데, 이케아 카탈로그 뒤적이는 신세는 매한가지니까. 하지만 데드풀에겐 쭉쭉빵빵한 여친이 있고, 라이언 레이놀즈에겐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있다지.


나는? 나는 슬플 땐 이케아 카탈로그(와 중고나라)를 뒤적여.


김임수 에디터 rock@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