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과 소품실 2. 필름카메라
화제의 영화 '곡성(The Wailing , 2016)' 을 봤다. 영화관에 정말 곡소리가 울렸다.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는 곡성군수 마음이 이해가 됐다. 15세 이상 관람가를 매긴 영등위, 잘 이해가 안 됐다.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곡성은 일련의 연쇄 사건을 둘러싸고 산 자와 죽은 자에 대한 인간들의 의심에 대한 의문을 던진 채 끝난다. 영화를 본 나는 이런 의문이 일었다.
"어찌하여 구닥다리 미놀타 하이매틱이냐, TC-1 정도는 써야지. 중고나라에 팔아봐야 5만 원도 못 받는다."
곡성에 온 의문의 외지인 역할을 120% 소화해낸 쿠니무라 준이 사용한 필카(필름카메라) 미놀타 하이매틱 S(Minolta Hi-Matic S). 1979년 삼성이 미놀타와 기술 제휴를 통해 내놓은 제품으로 삼성의 카메라 사업 도전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었다. 에디터가 대학교 때 잠깐 쓰기도 했는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기가 쉽지 않았었다.
곡성엔 구형 그랜져도 등장하니 삼성과 현대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인가?(아님.)
필카 마니아 사이에서 미놀타 하면 역시 TC-1을 꼽는다. 'The Camera No.1' 이라는 도도한 이름대로 당시 미놀타의 기술이 집약된 명기(名器)다. 일본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 홍상수 감독이 사용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괴짜 작가 아라키 노부요시가 암으로 사망한 아내와 함께 만든 포토에세이 '도쿄맑음'은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면 타인을 관통하는, 아라키 노부요시와 쿠니무라 준의 광기서린 눈매가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영화 속 필카는 주로 여주인공의 시선을 대변하곤 한다. 특히나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했던 필카라면 영화 '가을로(Traces Of Love, 2006)'의 롤라이 35(Rollei 35)와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의 폴라로이드사(Polaroid社) SX-70.
담양의 무르익은 가을 풍경을 담고 있는 민주(김지수)와 한겨울 운동장을 뛰며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대던 후지이 이츠키(나카야마 미호).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담양 메타세콰이아길에서 점프 샷 좀 찍고, 폴라로이드 필름값에 허리가 휘어지는 경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크레이지 뷰티풀(Crazy/Beautiful, 2001)'의 단발머리 니콜(커스틴 던스트)이 잊히지 않는다. 닮은 점이라곤 1도 없는 남자친구 카를로스(제이 헤르난데스)와의 즐거운 한때를 로모 카메라로 담아내던 그 장면.
토이카메라 대명사로 인기 꽤나 끌었던 로모(lomo) LC-A. 특유의 비네팅 효과(터널 효과)는 따라올 적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 아날로그 필터가 너무 잘 나온다는 점. 이래나 저래나 아이폰이 진리(응?)

필카 마니아들의 최종 정착지라면 역시 라이카(Leica)와 핫셀블라드(Hasselblad)일 것이다. 영화 '클로저(Closer, 2004)'에는 은혜롭게도 두 기종이 모두 등장한다. 소설가가 꿈인 신문기자 댄(주드 로)과 스트립 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 그리고 사진 작가 안나(줄리아 로버트). 강렬한 이끌림을 냉소적으로 담아냈던 영화.
"모두가 거짓말이에요.
사진은 슬픈 순간을 너무 아름답게 찍죠.
그 안의 사람들은 너무 슬프고 괴로운데도.
그리고 예술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감동을 받겠죠."
-영화 '클로저' 대사 중
(뒷모습이지만) 성 에디터도 라이카 M 유저 되시겠다. 본인도 조만간 서랍 속 잠자고 있는 로모를 꺼내봐야겠다.
그런데 필름은 어디서 사고, 요즘 현상료는 얼마인가요?
김임수 에디터 rock@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