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돈 먹은 사람, 손!

2016-12-24     성기노

청운의 꿈을 안고 귀국하는 반기문에게 매서운 한방이 날아왔네요. 자, 이제 슬슬 반기문 검증 정국으로 가는 건가요? 뭐 앞으로 나올 여러 가지 ‘꺼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죠. 





한 주간지는 “복수의 인사들은 반기문 총장이 2005년 외교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에도 3만 달러 정도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주간지는 또한 ‘박 회장과 가까운 지인’과 여러 차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이 열리기 한 시간 전 쯤 박 회장이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반 장관 사무실에서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 반 장관에게 ‘거마비 등으로 잘 쓰시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에도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로 3만 달러 정도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는 증언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간지는 ‘친절하게’ 돈을 준 배경도 설명을 했습니다. 그냥 아무런 대가 없이 줄 리는 없고요. 왜 줬냐가 핵심인데, 아마 글 쓴 기자도 머리를 좀 굴렸겠죠. 맥락 없이 그냥 줬다고 쓸 수는 없는 노릇. 이럴 때 주로 다른 정치평론가들의 입을 빌려 자신들의 시나리오를 대신 쓰게 되는 거죠. 박 회장이 돈을 준 이유로 반 총장과 사돈을 맺고 싶어했을 수도, 사업상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고 주간지는 분석했네요. 


저 같으면 사돈관계보다는 웬만한 고위 공무원이나 유력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돈을 뿌리는 과정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쓰겠습니다. 당시 박연차는 정치인이 조심해야 할 기업인 리스트에 오르내린 사람이었습니다. 여기 저기 돈을 뿌리고 다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요. 여의도 의원회관에서는 최근 누가 돈을 좀 뿌리고 다닌다더라는 얘기가 수시로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사람 돈은 먹으면 안된다거나 그 돈은 괜찮다거나 이런 일종의 ‘내부평가’가 의원들 사이에 공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박연차는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었던 게 맞을 겁니다. 


박연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후원자를 자처하고 다녔습니다. 2008년 노무현 정부 시절 세종증권과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매각·인수 과정에서 290억 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됐죠. 박연차는 지난 2014년 2월 만기 출소 후 베트남 등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이 보도 이후 반 총장 쪽은 사건을 보도한 주간지에 “이러한 주장이 너무나 황당무계하여 일고의 가치도 없다. 평생을 국내외에서 공직자로 생활하면서 도리에 어긋남 없이 올바르게 살아왔다”는 답변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반기문은 크리스마스 선물 치고는 좀 아프겠네요. 그래도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데 이렇게 귀국전 고춧가루를 뿌리나 서운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1위 연단에 올라서는 순간, 일제히 다른 진영에서 그에게 고춧가루를 뿌릴 겁니다. ‘10년 사무총장 권세 누렸으면 됐지 않느냐’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너는 대선후보 자격이 없어’ 이런 말들을 하면서요. 일단 이번 보도가 반기문에게 결정타를 날릴 정도의 큰 건은 아닙니다. 기사 자체가 복수의 인사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쓴 겁니다. 본 사람도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박연차가 ‘내가 정말 줬으니 수사 한번 해보세요’ 하지 않는 이상 그냥 그렇게 묻힐 겁니다. 


하지만 반기문은 기자들을 만나거나 앞으로 검증 무대에 설 때마다 이 이야기는 나오겠죠.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그냥 계속 나오겠죠. 반기문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게 여의도의 검증 방식이니까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겁니다. 앞으로 이것보다 훨씬 지독하거나 악성의 검증 소스가 많이 나올 테니까요. 벌써부터 제 2탄은 뭐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 반기문의 맷집이 링위 검증대에 올랐네요.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