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특집2] 문재인 불가론 심층리포트
대선이 다가올수록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발휘하겠지만, 그에 맞선 불가론도 강고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문재인은 올드카드다. 식상하고 실패한 대선후보다. 그가 마지막 위대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었다면 깨끗하게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젊고 유능한 야권 후보를 위해 양보했어야 한다(필자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살펴봤지만 문재인 대세론의 첫 번째 강점인 안정성에서 문재인은 대선을 이미 한번 치러본 유일한 대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양날의 칼과 같다. 대선같은 큰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심리가 이미 한차례 실패를 한 인물을 또 다시 선택하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야권후보가 획득할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에게 단연 유리한 양자구도였다. 역대 야권주자들은 보수층과의 연대 없이는 거의 이길 수 없었다(DJP연대, 노무현-정몽준 연대). 문재인은 연대를 하지 않고도 그만큼 많은 표를 얻었다. 50대 보수부동층이 힘을 실어준 결과였다. 108만표차로 패배하긴 했지만 문재인이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선거환경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패했다. 노무현의 카리스마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문재인만의 또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무현 시즌 2’의 후보로 나섰고, 졌다.
문재인은 노무현 비서실장의 한계를 깨지 못했다. 그 단점은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노무현이 아닌 문재인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식상해하는 것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한국인들은 한번 정권을 잡은 세력에게 또 다시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권 재창출이 그래서 어렵다. 권력을 잡은 사람은 욕심이 나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더 큰 변화를 바라고 있다. 문재인도 지난 2012년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 이번 대선에서 그가 사심을 버리고 킹메이커로 나섰다면 야권은 보다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노래도 1절만!’이라는 말은 반문재인 연대의 좋은 슬로건이 될 것이다.
문재인 불가론의 두 번째 요소는 바로 기득권층의 저항이다. 이명박-박근혜 집권으로 사회 곳곳에서 기득권층이 안정적으로 포진돼 있다. 관료사회도 마찬가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기득권층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집권하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강고하게 자리잡은, 재벌권력과 결탁한 기득권층은 절대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상당히 박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잡은 권력은 절대 내놓지 않으려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집권 동안 수많은 진보인사들은 온갖 박해와 설움을 받아왔다. 기득권층들은 그래서 이번에 문재인이 집권하게 되면 그야말로 ‘피의 복수극’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생존을 위해 문재인 불가론을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문재인의 정치적 역량이나 정책 노선을 폄하하고 심지어 ‘빨갱이’라며 공공연히 색깔론까지 유포시키고 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개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들 기득권층의 여론 전파력은 예상보다 파괴력이 있다. 종편과 보수언론이 아직도 강건한 여론형성의 중심에 서 있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문재인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이 집권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한 발언은 상당히 경솔하고 전략적으로 어리석은 접근이었다고 본다. 종북이라는 기름에 불을 끼얹은 꼴이다. 문재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까지 북한 유엔 인권위 회부와 관련해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하자’는 발언으로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탄핵 이후에도 북한 선 방문 주장으로 보수층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대북문제는 문재인에게 상당히 민감하고 날카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3대 세습체제의 폐해가 커지면서 남한의 중보보수층이 완전히 등을 돌린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득권층이 문재인의 낙마를 노릴 때 그 가장 핵심 표적은 바로 대북정책이다.
대 재벌 정책도 문재인 낙마의 좋은 표적이다. 문재인이 참여했던 노무현 정권은 사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유착관계가 심했다. 정권 핵심 실세가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책개발 보고서를 그대로 청와대로 가져왔고 그것이 곧 국가 아젠다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일어났었다.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삼성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최근 문재인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삼성 유착관계를 비판하지만 ,그가 청와대에 있을 때에도 참모들이 ‘친 삼성적인’ 활동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은 최근 들어 재벌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가 대선공약으로 ‘4대 재벌 개혁’을 제시하자 재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서면투표제 도입,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 다중대표소송과 다중열람권 제도화 등 재계로서는 하나같이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이를 본 사람들은 ‘참여정부 때 삼성과의 끊임없는 유착설이 흘러나왔고 그 결과 양극화가 더 심화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과연 그런 정권의 비서실장이 재벌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표하고 있다.
문재인 불가론의 세 번째 요소는 친노.친문 패권주의 프레임이다. 사실 문재인 전 대표측에서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체도 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른바 ‘친문 패권주의’를 두고는 “저를 공격하는 프레임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좀 더 나라다운 나라,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친노·친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친노 패권주의는 일종의 프레임 전쟁이다. 이회창 대세론이 득세했지만 그는 2번이나 대선에서 졌다.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한번은 아들 병역 비리, 다른 한번은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힘 한번 못쓰고 패배했다. 이회창으로서는 상당히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 전쟁은 본인이 차조한 측면이 강하다. 왜냐하면 대세론을 잡기 위해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을 파고들어 그것만 집요하게 공격하는 게 상대 적들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회창은 자신의 가장 약한 점들은 철저하게 인식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려 노력했어야 한다.
프레임 전쟁은 프레임으로 넘어서야 한다. 친노 패권주의가 있다는 것에 대해 백날 그것이 없다고 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여전히 권력 주변의 강고한 패권주의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것이다. 이를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보여줄 수도 없다. 해결책은 단 하나다. 용인술이다. 이는 오너의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 패권주의로 의심받는 참모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야 한다. 계파가 다른 인물이라도 통합 차원에서 핵심 참모로 기용해야 한다. 물갈이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강고한 친노.친문 패권주의 때문이다. 그를 둘러싼 참모들이 문재인을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문재인과 핵심 참모들이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직적인 동지관계라는 점으로 친노 패권주의의 참모들이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친노 패권 참모들이 ‘우리도 문재인 정권에 지분이 있기 때문에 당신이 우리를 과감하게 정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는 문재인의 정치 입문과 관련이 있다. 문재인은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자신의 의중도 작용했지만 옛 친노 핵심세력들이 그에게 정치에 참여하도록 강권했다. ‘노무현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게 명분이었다. 노무현 서거 뒤 친노는 사실 명맥을 다한 계파였다. 하지만 문재인 카드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그렇게 친노 세력은 살아남았고, 이제 말 그대로 정권재창출의 목전까지 왔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들이 버릴 수 있을까. 문재인은 어찌 보면 굴러온 돌이고 친노의 핵심세력들이 박힌 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참모들을 문재인은 자를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엔 불가능하다. 친노 핵심들의 조직적 저항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문재인은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일지 모른다. 그 밑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으로 문재인을 조종하고 있는 친노 패권주의자들이 진짜 야권의 오너일지 모른다. 문재인 불가론의 가장 핵심은 바로 친노.친문 패권주의다. 문재인은 이 프레임을 넘어설 수 없다.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가 정계은퇴를 선언해서 모든 프로그램을 삭제한 뒤 다시 재부팅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현명한 유권자들도 이런 ‘문재인의 딜레마’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친노 패권주의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