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아 이모님 월급 주면 끝…워킹맘이 사표 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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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아 이모님 월급 주면 끝…워킹맘이 사표 내는 까닭
  • 최수정
  • 승인 2017.07.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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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친정 시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베이비시터(이모님)를 써야만 한다. 그런데 '이모님'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이모님 월급 주기 위해 일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집 등하원을 맡아줄 베이비시터를 구할 경우 최소 월 140만원이 든다. 주 5일 등원만 도우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동안은 자유다. 하원한 뒤에는 아이들을 씻기고 잠시 놀아주면 되는데도 그렇게 든다는 것이다. 월급을 받는 직장여성의 돈의 반 이상이 베이비시터 월급으로만 나가는 셈이다. 이런 고비용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엄마들도 많다.  


이처럼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겼어도 결국 집에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 맞벌이부부가 적지 않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잦은 야근이 일상인 한국적 기업문화가 낳은 서글픈 현실이다. 시설 보육와 가정내 위탁육아를 병행하는 가구의 가장 큰 불만은 비용이다. 시설보육과 위탁육아를 병행할 경우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 이상 든다. 워킹맘들이 직장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다. 


보건복지부의 ‘2015 영유아 보육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3550명 중 약 10.9%(387명)가 부모의 직장 생활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외에 별도로 가정내 육아 서비스 이용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나 친인척 등 가족이 육아를 도와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정내 양육 지원은 크게 △민간 베이비시터 △파출부 및 가사도우미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보미서비스로 나뉜다. 베이비시터를 이용하는 가구가 49.2%로 대부분이다.


복지부가 각각의 가정내 육아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사한 결과 베이비시터가 월 평균 119만 3000원, 파출부 및 가사도우미가 87만 7000원, 아이돌보미가 61만원이다. 베이비시터 비용이 아이돌보미의 두배다. 


반면 만족도는 비용에 비례하지 않았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미취학 자녀 양육 부모 1736명을 대상으로 △조부모·친인척 등 가족 양육 지원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돌보미 △베이비시터 등 4개 항목에 대한 이용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조부모 등 가족들이 양육을 지원하는 경우가 5점(만족도 높음) 만점에 4.1점,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3.8점, 아이돌보미가 3.7점으로 나타났다. 베이비시터는 3.5점으로 가장 낮다. 반면 ‘비용 부담을 느끼는 정도’에서는 베이비시터가 5점(부담 높음) 만점에 4점으로 가장 높다. 


베이비시터는 국적과 경력, 돌봐야 할 자녀 수, 근무 지역 등에 따라 요구하는 급여가 천차만별이다. 


베이비시터는 보통 △출퇴근제(주 5일, 오전 9시 30분~오후 7시 30분) △고용 가정 입주 △어린이집 및 유치원 등하원제 등 3가지 근무유형으로 나뉜다. 


베이비시터 및 가사도우미 구인구직사이트 ‘시터넷’에 따르면 서울 지역 기준 출퇴근 베이비시터 급여는 한국인이 월 평균 160만~170만원, 중국인 동포 등 외국인이 130만~140만원이다. 어린이집 등·하원만 돕는 베이비시터들은 한국인이 월 평균 100~140만원, 외국인이 70만~100만원이다. 


고용한 가정에서 숙식을 하는 입주형 베이비시터들은 정해진 급여가 없다. 많게는 300만원 이상도 받는다. 베이비시터와 부모가 그냥 협의하는 선이고 정해진 상한선은 없다. 일을 잘 하고 가족같이 대하다 보면 비용은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용은 몇 년 전에 비해 갈수록 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입주형 베이비시터는 구하기가 어렵다.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조금 불편하고 미진한 점이 있어도 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참고 넘어간다. 


시터넷 등 일부 전문업체들은 부모들을 위해 근무 유형, 돌봄 자녀의 수 등 몇 가지 기준에 따라 베이비시터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평균 시세를 산정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업체별로 제시한 금액이 달라 참고용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돌보미, 어린이집 등 기관이 제공하는 보육 서비스와 민간 베이비시터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비용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 베이비시터들을 전담하는 별도의 기구나 주무 부처를 두고 적정한 관리 감독을 통해 베이비시터 시장에서 발생하는 가격 거품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안은 있다. 영아 종일제 아이돌봄 서비스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특히 가정 내 보육 수요가 높은 0~1세 영아들을 중심으로 돌보미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정부가 아이돌보미제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민간영역에서 커버하는 게 대부분이다. 베이비시터도 민간 사이트에서 주로 찾아보게 되고 가격도 양측의 협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정부가 이런 과정에 개입하거나 도움을 줄 여지가 많지 않다. 정부의 실질적인 도움이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사각지대를 정부는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당장 복지부 등에 전화해서 베이비시터 구하기 등에 있어서 '디테일'을 질문하면 대충 얼버무리거나 엉뚱한 조언을 하는 게 다반사다. 세금이 세는 게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이용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할 때, 과연 정부의 예산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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