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차이즈 본부와 영업점 간의 갑을 관계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식적인 계약 수준을 넘어서는 횡포에 가까운, 불합리한 요소들이 너무도 많다. 최근 구속된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치즈통행세' '보복출점'은 영세한 영업점 점주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했다. 특히 재정형편이 뛰어난 본사는 계속 이익을 내는 구조인 반면 산하 영업점들은 본점의 이익을 같이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이런 '격차'가 실제로도 확인이 된다.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들어 20~3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맹본부의 매출이 올라도 가맹점은 오히려 떨어지는 등 본사만 배부르는 상황도 펼쳐지는 모습도 드러났다. 가맹점들이 매출이 증가하면 본사가 로열티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닌 유통마진으로 이익을 얻는 `한국형 프랜차이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 23일 경제전문매체 '이데일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공개서를 분석해본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네네치킨과 BHC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4.6%, 19.4%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16~17% 안팎에서 움직이고, 올 2분기 추정치가 23.3%로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과 비교하면 가맹본부의 수익률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로 본사의 수익성을 볼 수 있는 지표다. 국내 식품회사의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치킨 업종 등에서 영업이익률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가맹점주의 이익을 충분히 배분하지 않고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경영지표가 따로 노는 현상도 나타났다. 가맹본부가 이익을 많이 가져갈수록 가맹점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본죽 가맹본부 매출은 137억원이 올랐지만 가맹점 평균 매출은 250만원이 하락하는 등 프랜차이즈의 역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기간동안 본죽의 가맹점수는 1285개에서 1190개로 줄면서 한계 가맹점이 사라진 효과로 평균매출이 늘 여지도 있었지만 가맹점주의 평균 수익은 악화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한국형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수한 현실이 반영되서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시작한 미국의 경우 본사가 로열티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 가맹점들의 매출이 늘면 가맹본부도 함께 수익이 늘어난다. 반면 한국은 로열티 방식이 아닌 본사가 유통 마진을 통해 이익을 버는 구조다. 본사가 직접 필수물품을 지정해 식재료 등을 가맹점에 팔면서 붙는 유통 마진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비 가맹점의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다?
오히려 비 가맹점의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최근 발표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연 매출액은 1억7173만 원, 비(非)프랜차이즈는 1억1072만 원로 나타났다. 반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프랜차이즈 가맹점(16.94%)보다 비프랜차이즈 업체가 18.38%로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 원재료를 비싼 값에 가맹점에 납품하는 방식 때문에 가맹점주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 가맹산업에 `메스`를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열티가 아닌 유통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비롯해 필수물품에 대한 마진율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특히나 치킨·피자·제빵 등 외식업종 주요 50개 가맹본부의 필수구매물품 상세내역, 마진규모가 이르면 올해말 공개될 경우 가맹본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맹본부는 공정위의 마진 공개 방침에 기업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지나친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마진율을 공개하게 되면 프랜차이즈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업기밀이 알려져 영업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아우성이다. 반면 공정위는 영업기밀을 제외한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하면서 가맹점주와 투명한 계약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측은 "백화점 수수료율도 공개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 개별 기업의 마진율을 일일이 공개하기 보다는 외식업 분야별로 평균치를 내서 공개할 방침인 만큼 기업 영업비밀 훼손과 무관하다”고 설명하고있다.
본사의 갑질 의식 바뀌어야 상생
한국형 프랜차이즈 사업의 가장 큰 맹점은 본사와 영업점 간의 수익 불균형이다. 갈수록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자영업자들이 다수 포함된 프랜차이즈 사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하는 사업으로 통한다. '상생'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본사는 영업점의 피나는 노력으로 올린 매출을 기본으로 그 로얄티를 챙기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영업점은 본사와 이익 분배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본사에 꼬박꼬박 받치는 로열티 벌기 위해 가게를 운영한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공정위 차원에서 법률적으로 미비한 점도 정비해야 하지만, 본사의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갑을 관계 논란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