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유명한 '파므파탈', 들통난 정체는 이란의 사이버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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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유명한 '파므파탈', 들통난 정체는 이란의 사이버스파이?
  • 최수정
  • 승인 2017.08.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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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믿으면 안 된다. 사실 온라인 뒤에 숨어서 어떤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특히 당신에게 접근하는 매력적인 여성이 '남자'인지도 모른다. 실제 만나보지 않은 이상, 실제로 목소리를 들으며 직접 대화를 해보지 않은 이상, '그들'은 온라인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들일 뿐이다. 프로필에 공개한 사진만 보고, '페친'이 매력적인 남성 혹은 여성임을 '상상'할 뿐이다. 또한 페북 이용자들은 그 '상상'을 깨기 싫어한다. 상상속의 페친으로 남아있길 원한다. 최근 페북 친구들의 이런 묘한 성향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스파일 활동이 적발됐다. 기가 막힐 만한 스토리다. 





'페이스북'에 미아 애쉬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엔 영국 스태포트셔에서 태어나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했고 런던대에서 석사도 받았다고 적혀 있다. 500여 명이 친구로 등록돼 있고, 그 중엔 유명 사진작가들도 포함돼 있었다. 인맥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에는 수백 명의 전문직 종사자들과 교분이 있었고, 인스타그램엔 수백 장의 사진이 올랐다. 미아는 2014년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는 스튜디오에 대한 얘기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적었다. 또 하나. 미아의 페이스북에는 ‘결혼 여부’에 “설명하기 약간 복잡”이라고 쓰여 있어, ‘싱글’임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 여성에게 중년의 남성들이 빠질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검은 눈동자에 윤기나는 머릿결, 자연스러운 헤어 스타일에다 똑똑하고 성공한 런던의 사진작가이자, 사랑을 찾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완벽한 스펙에 아리따운 외모가 더 없이 남성들의 호감을 샀다. 


그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만난 전 세계의 굵직굵직한 기업 남성 임원들은 미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미아는 남성들과 인터넷을 통해 사진 작품을 공유하고, 자연스레 일과 취미, 여행 등을 소재로 얘기를 나눴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으레 그렇듯이 좀 더 은밀한 성적인 얘기까지도 슬슬 나누게 됐고 남자는 그와의 ‘미래’도 꿈꾸게 됐다.


만난 적은 없지만, 미아를 의심할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여성에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미아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인물이다. 국제적인 해킹 그룹이 기업 비밀을 빼내려고 지난 1년간 정교하게 구축해 놓은 ‘사이버 미인’인 셈이다.


이 가공의 ‘팜프파탈(femme fatale)’은 국제적인 스파이조직의 유능한 요원도 아니다. 그저 픽셀로만 존재한다. 페이스북에 걸린 프로필 사진과 셀카들도 해킹 그룹이 소셜미디어에서 찾은 익명의 루마니아 블로거의 사진이다. 미아의 빛나는 ‘이력’도, 그럴싸하게 유력한 사진작가들의 그것을 철저하게 흉내 내 조작된 것이다.


미국의 와이어드닷컴은 ‘미아’가 지난 2월 갑자기 인터넷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미국과 이스라엘,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주요 기업들 임원들에게 ‘접근’해, 많은 기밀 정보를 캐냈다고 보도했다. 미아의 배후로는 ‘이란’이 유력하게 꼽힌다. '페북'의 장점을 교묘히 이용한 완벽한 '치팅(cheating 속임수) 행위'다. 





미아의 마지막 타깃은 중동의 한 기업이었다. 미아가 흔히 쓰는 미인계는 이러했다. 먼저 목표로 삼은 기업 임원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들에 대해 의견을 달라며 엑셀파일과 이메일을 보낸다. 그간의 ‘친분’으로 미아를 전혀 의심하지 않은 이 임원은 이메일로 받은 파일을 열게 되고, 바로 해킹도 시작한다.


미아의 매력에 빠진 남성은 결국 의도치 않게, 소속 기업의 IT 기술을 넘겨줬다. 미아가 솔직한 피드백을 원하며 보낸 사진 작품 이메일에는 ‘트로이의 목마’를 포함해 기업의 기밀을 빼낼 여러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첨부돼 있었다.


미아의 해킹은 그러나 이 기업의 정보 보안을 맡은 ‘시큐어워크스’에 의해 포착됐다. 이 보안업체는 기업 임원 한 명이 미아 애쉬라는 인물과 한 달 넘게 연락을 취하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미아’ 배후를 추적해 이란의 해킹 그룹인 ‘코발트 집시’와 닿아 있는 것을 알아냈다고. ‘시큐어워크스’ 측의 보안 전문가 알리슨 위코프는 “미아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정교하게 조작된 가상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아의 매력에 빠져 속은 사람들도 그렇지만, 그것을 의심하고 정체를 파악한 기업의 임원 또한 대단한 인물이다. 


사실 ‘미인계’를 동원한 기밀 유출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있었다. 구약성경에선 들릴라가 삼손을 유혹했고, 1차 대전 때에는 독일의 무용수 마타하리가 연합군 장교들을 상대로 스파이를 했다.


하지만, 이 미인계가 최근엔 인터넷 메신저로도 이뤄진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에드워드 루카스는 “이제 사이버 세상은 스파이들의 주무대가 됐다”며 “대부분의 타깃이 미인계에 약한 남성들이란 점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워윅 대학의 사이버 심리학자 모니카 위티 교수는 “실제로 만나는 여성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채팅으로 하루 중 수시로 만나게 되므로, 그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심지어 범죄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도, 그 관계를 끊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페북의 친구수를 늘리기 위해, 또는 페북 마케팅 수단으로 가상의 '여인'을 내세워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전략'은 이미 페북 유저들에겐 익숙한 것이다. 다만 그 '속임수'의 대상이 한낱 일반유저이냐, 아니면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리딩그룹이냐는 차이뿐이다. 자, 이제 다시한번 당신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페북 '파므파탈'을 주시해보자. 그가 당신에게 메일을 보낸다면, 거기에 첨부파일이 있다면 절대 열지말라. 여는 순간, 당신은 털리는 것이다.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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