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세에게 보낸 언론인들의 청탁, 아부 메시지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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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실세에게 보낸 언론인들의 청탁, 아부 메시지 들여다 보니...
  • 성기노
  • 승인 2017.08.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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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실세와 언론계 인사들이 어떻게 커넥션을 맺어왔는지 알려주는 적나라한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시사 주간지 <시사IN>이 517호 커버스토리 ‘그들의 비밀 대화’에서 공개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면, 언론사 전·현직 간부들과 기자들 다수가 장 전 차장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개인 신상이나 자녀와 관련한 청탁을 하거나 정보보고 등을 했다.


보도에서 공개된 <문화일보>의 한 간부는


사장님(장충기 전 차장),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OOOO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4개월.. 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스런 부탁드릴 게 있어 염치 불구하고 문자 드립니다. 제가 OOOO 맡으면서 OOO OOOO에서 당부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OOOO으로서 문화일보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저한테는 영업 관련된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주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지 어제부터 제 목만 조르고 있습니다 ㅠㅠ 올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OOO 배상


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노골적으로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지난 2월14일치 ‘삼성 임원 무더기 영장청구 가능성 “특검 끼워넣기식 수사 국가적 비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계 쪽 목소리를 반영해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는 등 지속해서 특검 수사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언론사 전 간부가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하거나 삼성전자에 지원한 자녀의 채용 청탁을 한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서울경제>의 전 간부라고 밝힌 한 언론인 출신 초빙교수는




이라고 장 전 차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CBS의 한 간부도





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노골적으로 자녀의 채용을 청탁했다.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파문을 일으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관련 보도에 대해 연합뉴스 관계자는





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장 전 차장에게 보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이 지난 7월3일 낸 ‘공정보도’ 특보를 보면, ‘검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행위가 실제 있었다는 점을 규명했다’는 단독 보도는 제목·부제에서 ‘성매매’란 어휘가 빠졌고, 기사 본문에서 행위에 대한 기술이 삭제됐다. 노조는 당시 간부진이 기사의 ‘톤’을 낮춘 이유에 대해,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돼 삼성이 ‘초상집’인데 굳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져 다른 언론사가 의혹을 제기하는 특종 보도를 내보낼 때도, 간부진에서는 별다른 지시 없이 방관하다가 뒤늦게 특별취재팀(TF)을 운영토록 했다. 애써 작성한 기사는 ‘물타기식’ 편집권 행사로 축소됐다. 노보는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의약품 구매 2배로 급증’이란 기사 초안 제목이 ‘이명박 정부도 유사 프로포폴·마늘주사 구매’란 제목으로 바뀌는 식이라고 전했다.





또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인사도





라는 문자 메시지를 장 전 차장에게 보냈다.


2015년 2월 서울과 제주에 4곳의 신규 면세점이 발표되던 시점에 <매일경제>의 한 기자는





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보도에는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딸 부부의 외국 근무 배정을 청탁한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이번 삼성 고위 실세에 대한 청탁이나 아부성 메시지 파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로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나 자존심도 저버린 행위다. '내부자들'끼리 어떻게 청탁이 오고가고 그 반대급부는 또한 어떤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증적인 예들이다. 이런 구체적인 증거들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정재계의 인식이 공개된 문자 메시지들을 통해 어렴푸이 그 징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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