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날, 무슨 날 많지만, 왼손잡이의 날도 있다고 한다.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International Lefthanders Day)이다.
왼손잡이 날은 전 세계 왼손잡이의 인권 신장과 왼손 사용에 대한 편견 개선을 목적으로 1976년 제정됐다.
지정일 8월13일은 1932년 세계 최초로 국제 왼손잡이 협회를 창립한 미국인 딘 켐벨(Dean R. Campbell)의 생일이다.
1992년 '영국 왼손잡이협회'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해마다 기념행사가 열렸다. 2002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10주년 행사에서는 오른손잡이들의 '왼손잡이 체험행사'가 있었다. 오른손잡이들은 왼손잡이용 병따개나 가위 등을 사용하고 왼손만 쓰는 게임을 하며 왼손잡이의 일상을 체험했다.
한국에도 '왼손잡이협회'가 있다. 1999년 창립된 협회는 2000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왼손잡이 날을 기념했다. 회원들이 왼손에만 흰 장갑을 낀 채 일반인들에게 '왼손잡이의 날 제정'을 위한 왼손 서명을 받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왼손잡이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다. 세계적으로 오른손잡이가 90%라는 조사 결과에서 보듯 왼손잡이는 비주류이고 바른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삐딱한 시선을 받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이와 관련해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더 예민하고 성격도 조심스럽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 에버테이 던디대학교 연구팀은 왼손잡이 46명과 오른손잡이 66명을 대상으로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지를 질문 형식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원하는 것을 말할 때 더 예민하고 수줍어하며 행동을 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면서 왼손잡이인 사람에서 이런 성향이 강했다. 반면 오른손잡이는 상황이 닥치면 바로 행동에 나서는 충동 및 즉흥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실수할까 봐 걱정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면 신경 쓰인다' 등과 같은 질문에 더 많이 반응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서로 사용하는 뇌의 반구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오른손잡이는 왼쪽 뇌를, 왼손잡이는 오른쪽 뇌를 자주 사용한다. 널리 알려졌듯 오른쪽 뇌는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철학이나 종교, 예술 등 심미적 사고를 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왼쪽 뇌는 논리적이고 세밀한 사고를 맡는다.
또한 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해 예술감각이 뛰어나고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더 발달해 계산을 잘한다는 속설이 있다. 뇌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위와 연결된 감각 신경, 운동 신경이 목 근처 연수라는 곳에서 교차하기 때문에 생긴 견해다.
하지만 최근 오른쪽 대뇌가 더 발달해서 왼손잡이가 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 과학저널 이라이프에 올라온 논문에 따르면, 더 자주 쓰게 되는 손의 방향은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으며 대뇌가 아니라 척추 속 중추신경인 척수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
독일,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해온 연구에서 이들은 8주~12주 사이 태아의 척추 발달을 지켜보며 그 안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사람이 태아 때부터 왼손과 오른손을 다르게 쓰는 비대칭성을 드러낸다는 걸 밝혀냈다.
결국 대뇌 좌반구냐 우반구냐를 놓고 손잡이 방향이 결정된다기보단 태어나기 전부터 척수가 대칭이 아니라서 좌우 손잡이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척수의 비대칭 자체는 유전적 변이나 특징보단 자궁 안에서 태아가 어떤 환경에 자라는가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렇게 인구의 약 10%만이 왼손잡이는 그 희소성과 독특한 성향 때문에 세계 왼손잡이의 날을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른손잡이의 날은 없을까?

답은 364일이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