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시신 발견자, 보상금 지급 소송 냈지만 못받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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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시신 발견자, 보상금 지급 소송 냈지만 못받은 까닭
  • 임석우
  • 승인 2017.08.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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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의 망령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그의 시신을 신고했던 사람이 정부를 상대로 보상급 지급 소송까지 냈지만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당시 신고 보상금은 5억원이었다. 웬만한 로또 당첨금이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해 5월 25일 순천 개인별장(송치재)에서 유 전 회장은 모습을 감춘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당국이 추적에 나섰지만, 그의 행방은 포착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꼭꼭 숨자 수사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유 전 회장을 지명수배하며 사상 최대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었다. 당국은 사진과 함께 ‘특경법 위반 피의자 유병언 수배, 신고 보상금 5억 원’이라는 현상 광고를 냈다.


그해 6월 12일 전남 순천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농부 박 모 씨가 자신의 매실 밭에서 부패한 상태로 놓여 있는 시신 1구를 찾아 112에 신고한 것. 그는 당시 이 시신을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라며 “노숙자 같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역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화가 80%가량 진행돼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정도였다.


결국, 부검과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그가 유병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신고로부터 40여 일이나 지난 7월 22일이 돼서였다.


이 경우,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신고한 농부에게 신고 보상금이 지급됐을까.


아니었다. 경찰은 신고자가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 신고한 것이어서 신고 보상금 지급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봤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은 범인 검거 공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범인검거공로자를 △검거 전에 범인 또는 범인의 소재를 경찰에 신고해 검거하게 한 자 △범인을 검거해 경찰에 인도한 자 △범인 검거에 적극 협조해 공이 현저한 자로 정의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신고 보상금은 범인 검거 공로자에 대해서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박 씨의 신고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박 씨는 신고 보상금 일부라도 지급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박 씨가 국가를 상태로 “보상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도 경찰 생각과 같았다. 즉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행위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이라는 것.


재판부는 “보상금 지급을 위해서는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신고자가 인지하고 이를 수사 기관에 밝혀서 제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의 매실밭



이어 “그러나 박 씨는 변사자가 유병언이라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며 “박 씨의 신고가 유병언을 신고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신이 뒤늦게 유 전 회장을 밝혀진 것 역시 “수사나 행정기관이 일반적인 후속 절차에 따른 결과”라며 박 씨가 보상금 지급 대상 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배자에 대한 신고 보상금 규정이 너무 자의적이고 행정 편의주의적이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상금을 남발해서도 안 되지만, 우리나라같이 신고자들에 의해 사건이 풀리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보상금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유병언 시신이 아니기 때문에 지급을 안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유병언과 세월호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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