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주성분 '피프로닐'..."장기간 섭취시 간·신장·신경계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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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주성분 '피프로닐'..."장기간 섭취시 간·신장·신경계 손상"
  • 임석우
  • 승인 2017.08.1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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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맹독성 물질로 알려진 ‘피프로닐’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피프로닐은 1993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살충제다. 주로 농가에서 곤충이나 진드기를 잡는 데 쓰인다. 소·돼지·닭처럼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동물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피프로닐이 몸속에 들어가면 구토, 복통, 현기증 등을 유발한다. 몸속에 쌓이면 간·신장 등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체내기관을 손상시킨다고 알려졌다.


발암물질이지만, 아직 사람에게 암을 일으켰다는 연구결과나 보고는 없다. 다만 피프로닐을 다량으로 섭취한 일부 동물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됐다는 해외 연구는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한꺼번에 많은 양의 피프로닐을 섭취할 경우를 우려, 정부가 계란 섭취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독일연방유해평가원은 “몸무게 65㎏ 성인 기준으로 24시간 내 오염된 달걀 7개를 초과해 섭취하면 신체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16.15㎏ 이하 아동은 24시간 내 1.7개 이상 먹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피프로닐은 지속적·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치명적인 독성을 일으키는 약물”이라고 설명한다.


독성물질 전문가인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15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물질에 한 번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독성의 양인 ‘급성독성’을 기준으로, 피프로닐은 ‘중간독성’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오래 노출됐을 땐 상당한 독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닭에 붙은 진드기를 잡으려)바깥에서 피프로닐을 살포하면 직접 닭의 몸으로 흡수되거나 약물이 묻은 사료를 먹어 체내에 축적된다”며 “혈중으로 들어간 피프로닐이 결국 계란을 통해서도 검출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다량 섭취하면 간, 갑상샘, 신장 등이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에서도 '살충제 달걀'에 대한 공포가 점점 많은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벨기에에서 처음 발견된 살충제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은 독일, 네덜란드 등에 이어 14일(현지시간)엔 오스트리아에서도 처음으로 적발됐다. 살충제 달걀에 대한 공포로 영국 소비자 중 3분의 2가 수입 계란 구매를 거부하는 등 유럽 전역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오스트리아 식품안전청(AGES)은 이날 마요네즈와 제빵 상품 등 달걀이 들어간 80개의 제품을 임의로 골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약 25%에 해당하는 18개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AGES는 피프로닐 성분이 나온 제품들은 모두 식당에서 사용되는 도매용 제품으로 수입처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폴란드라고 밝혔다. 


EU에 따르면 지금까지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이나 달걀로 만든 제품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된 나라는 유럽에서만 16개국이다. 이외에 최근 아시아 국가 중 확인된 홍콩과 한국을 합하면 전세계 18개국으로 살충제 달결 공포가 확산된 셈이다. 


유럽에선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이외에 스웨덴,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덴마크, 스위스 등에서 피프로닐 오염 달걀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파문이 시작된 이후 이들 국가에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던 달걀 수백만 개가 회수돼 폐기됐으며, 네덜란드에서만 150개 닭 농장이 폐쇄됐고 산란계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공포가 확산되자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EU가 살충제 달걀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등 주요 관련국 간에 서로 상대국에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살충제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 가운데 3분의 2가 수입용 달걀 구매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인들은 패스트푸드점 등에 진열된 샌드위치와 샐러드까지도 구매를 꺼리고 있다. 살충제 달걀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터진 지난주에만 영국 전역에서 유통된 수입 달걀은 7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론조사기관 '그로서'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2%는 '오직 영국산 달걀만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살충제 달걀을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살충제 성분은 고병원성 AI와 달리 가열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유럽 쪽에서는 구운 달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 위생 당국의 발표도 있었다. 익힌 달걀도 안전하진 않다는 뜻이다.


또한 "치킨이나 닭고기(육계)는 먹어도 괜찮은지" 질문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고기를 먹기 위해 키우는 육계는 보통 30일 정도만 키운 뒤 출하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리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달걀 생산 용도로 1년 이상 오래 키우는 산란계는 사육 기간이 길어 진드기 등 외부 기생충에 취약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농가가 있다.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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