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집무실 26.4평 공개, 장관 사무실의 절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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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집무실 26.4평 공개, 장관 사무실의 절반 크기
  • 성기노
  • 승인 2017.08.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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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출입기자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청와대 경내를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청와대는 출입기자단에게 본관 및 비서동인 여민관을 공개했다.


단연 주목받은 곳은 여민1관 3층 대통령 집무실이었다. 비서들과 떨어져 본관 집무실에서 일한 역대 대통령과 달리 여민1관에 새로 마련한 문 대통령 집무공간이 언론에 전면 공개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취재진 모두와 악수하며 반겨맞았다. 168.59㎡(51평)인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인 87.27㎡(26.4평) 크기의 집무실은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컴퓨터 모니터 2대와 구내전화기 등이 올려진 책상 역시 여느 부처 국장급 방에서 볼 수 있는 크기였다. 집무실 복도에는 사람 키만한 크기의, 숲을 나서는 호랑이를 그린 그림 ‘맹호출림’이 걸려 시선을 모았다.


대통령 집무공간답게 따로 치장을 한 여민1관 3층과 달리 여민1∼3관 일반 사무실은 엄격한 보안설비 이외에는 여느 관공서와 다르지 않았다. 심한 더위에 냉방 여부를 물어보니 “일반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28도 이상이어야 냉방이 가동된다. 평소 더운 편”이라는 답이 나왔다.


대통령 집무공간으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청와대 본관은 의전공간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역대 대통령 집무실은 지난해 탄핵 정국 이후 사용되지 않다 보니 거의 전시공간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또 본관 1층 좌측에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초상화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가교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불가분의 관계”라며 “오늘 ‘오픈하우스’ 행사가 기자들이 청와대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민관 공개와 함께 눈길을 끈 것은 대통령의 집무실 크기였다. 사실 과거부터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집무실 크기가 너무 호화롭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지난 2011년 민주당 장세환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장·차장실의 평균 면적은 128.1㎡로 학교 교실(66.0㎡)보다 두배 가까이 컸다. 249개 일선 경찰서 가운데 기초자치단체장 집무실(99.0㎡)보다 넓은 서장실도 30.1%인 75곳이나 됐다. 당시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호화청사병’이 경찰에까지 번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보다 좀 더 과거의 자료에는 한 국회의원이 "어느 광역단체의 시장.군수 집무실 평균이 154.2㎡로 중앙부처 장관실 평균 면적이 165㎡, 국회의원실이 82㎡, 대기업 계열사 사장실은 66㎡에 비해 너무 크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공개된 세종시장 집무실 기준면적은 광역시·도 수준인 165.3㎡였다. 국회의원 의원실이 원래 문 대통령 집무실 수준인 25평 정도였으나 제 2의원회관이 신축되면서 45평 정도로 넓어진 바 있다. 물론 회의공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넓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정들을 고려해도 우리 공직자들의 집무공간은 너무 크고 화려하다.


올해 새 정부는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면서 장차관 처우도 개선했다. 여기에 따르면 집무실 면적은 정부청사관리소 규정에 따라 부속실을 포함해 장관은 165㎡, 차관은 99㎡까지 쓸 수 있다. 관사 규모 역시 장관은 아파트 전용면적 기준으로 198㎡, 차관은 165㎡이다. 단독주택을 원하면 장관은 231㎡, 차관은 198㎡까지 허용된다.


이번에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크기는 고작 87.27㎡(26.4평)에 불과하다. 장관 집무실에 비해 절반 크기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의 '작은 집무실' 공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직도 집무실의 크기에 집착하는 호화병 걸린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자들이 많다.


크기보다 효율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작다고 해서 그 힘도 작은 게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작다고 해서 그가 왜소하게 보이는 게 아니다. 힘은 낮은 곳으로부터 나온다. 권력은 겸손에서부터 시작된다. 더 세지려면, 더 약해져야 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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