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군 생활 접고 민간인으로...이순진의 유명했던 일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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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군 생활 접고 민간인으로...이순진의 유명했던 일화들
  • 성기노
  • 승인 2017.08.2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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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합참의장 퇴임식에서 이례적으로 캐나다 왕복 항공권을 받은 이순진 전 합참의장에 대한 일화가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임하는 이순진 대장은 3사 출신 최초의 합참의장이었는데 42년간의 군 생활 동안 45번 이사를 했다고 한다"며 "공관 생활을 할 때 공관 조리병을 원대 복귀시키고 부인이 직접 음식준비를 하면서 공관병을 한 명만 두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 사실을 칭찬했더니 부인은 '제가 직접 음식준비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여서요'라고 했고 이순진 대장은 '제가 입이 짧아서 집사람이 해주는 음식을 좋아합니다'라며 쑥스러워했다"며 "이순진 대장은 전역사에서 아내의 고생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고 부인은 전역사를 마치고 내려온 남편을 따뜻하게 포옹해주었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퇴임하는 합참의장의 퇴임식에 참석하는 것도 최초의 일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합참의장의 군대 일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것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를 두고 이순진 전 합참의장에 얽힌 여러가지 일화가 계속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의장과 함께 근무했던 현역 및 예비역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전 합참의장은 '작은 거인', '순진형님', '우리 군단장님' 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이름이 비슷해 이름과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고 한다. 위관장교 시절부터 키는 작아도 체격이 워낙 다부지고 엄청난 독서로 박학다식한 지휘관이라고 해서 작은거인이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2사단장 시절에는 새벽에 제설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을 위해 운동복 차림으로 차를 끊인 주전자를 직접 들고 병사들에게 일일이 차를 대접해 '순진형님'이란 존칭도 얻었다. 수도군단장 때는 관례로 지급되는 빨간 명찰을 단 해병대 군복을 입고 해병 부대를 순시해 해병대 장병들이 '우리 군단장님'으로 불렀다고 한다.



▲ 2009년 4월 28일 2사단(노도부대) 사단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오른쪽이 소장 진급과 동시에 사단장으로 보임한 이순진 전 합참의장.



수도군단장으로 부임하면 해병대 군복이 관례로 지급되는 데 수도군단장은 타 부대 순시 때는 보통 육군 전투복을 입고 간다. 이 전 의장이 빨간 명찰을 단 해병대군복을 입고 자주 순시를 나가 해병대에서 그런 호칭을 붙여준 것이다. 제2작전사령관 취임 후에는 공관 요리병을 소속부대로 돌려보내고 부인이 직접 식사를 챙겼다고 한다. 이 부분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대구고를 졸업한 뒤 경북 영천의 3사관학교로 진학했다. 일단 군대부터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군문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임관 뒤 위관 장교 시절 군 위탁생으로 경북대를 졸업했다. 이 전 의장은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전 장관의 대구고 1년 선배다.


▲ 2014년 2월 19일 통합방위회의에서 이순진 수도군단장이 육군참모총장의 감사패를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전달하는 모습.


특히 2사단 재임 시절 일화가 많다. 본인이 출근길에 사단 주요 도로를 정비하던 병사들을 보고 직접 자동차에서 내려서 "수고한다"며 간식을 지급해주는 모습 등은 전형적인 덕장의 풍모를 보였다. 신교대 수료식에 참석해 250여 명이나 되는 훈련병들과 하나하나 악수하며 격려하고 간 일화도 유명하다. 이러한 덕행 덕분에 장교들이나 부사관, 군무원, 병사들은 이순진 장군을 '순진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새벽 4시~5시에 폭설 때문에 조기기상해서 사단 주요 도로를 제설하는 경비소대 소대원들 앞에 운동복 차림으로 등장, 직접 손수 탄 커피와 과자를 쟁반에 들고 걸어와서 소대장을 포함한 모든 소대원들에게 나눠주었다.


특히 이순진 장군 하면 양구 군인폭행 사건을 많이 떠올린다. 2사단의 휴가자 2명이 양구군 고등학생 10여명에게 복귀할 때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이순진 2사단장은 전 장병의 외출 외박 통제와 휴가 복귀 때 춘천에서 부대 다이렉트 픽업으로 경제적 응징을 가했다. 이에 항의하는 상인들에게 맞서서 '이웃' 21사단 사단장 장준규 소장(후에 육군참모총장)과 협력해 양구군 외출외박 금지 및 위수지역을 춘천으로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더 강하게 맞섰다고 한다. 결국 양구주민들과 상인들이 군인을 폭행한 학생들을 전원 데리고 와 피해군인들에게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때 일시적으로 숙박요금 바가지 등이 일시적으로 근절되는 등 그동안 잘못된 '군인이 봉'이라는 관행을 일거에 바로잡는 성과도 거뒀다.


수도군단장 재임 시절,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신병 휴가를 나가는 모 이등병이 안쓰러웠는지 타고 있던 체어멘에서 직접 내려 위병소 앞에 서있던 이등병의 짐을 자신이 직접 트렁크에 싣고 부대 근처 역까지 데려다 준 일화도 있다. 그러면서 그 이등병에게 포상휴가증도 한 장 하사했다고 한다.


제2작전군 사령관 때에는 생일을 맞은 장병에게 직접 손편지를 써주는 등 휘하 부하와의 소통에 능한 지휘관이었으며, 공관에 살 때에도 전담 조리병을 두지 않거나 이미 있던 조리병을 원대 복귀시키고 부인이 직접 식사를 챙기거나 본인이 직접 요리하였다. 특히 이 부분은 후임 박찬주 부부가 공관병을 상대로 저지른 악행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긍정적 의미에서 재조명되었고 문 대통령까지 공식석상에서 일화로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2사단장 시절 전역 전 휴가까지 반납하고 대대전술훈련을 실시한 모 중대장(남군 대위)을 직접 불러서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참고로 그 중대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학군장교(군장학생) 40기 출신으로, 전역 후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해서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현재 서울시청에서 5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순진 장군의 은혜 덕분에 공직생활 매우 잘 하고 있다'고 손편지를 써서 합동참모본부에 전해 이순진 장군의 안부를 여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같은 덕행들로 인해,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국회에서 5.16을 혁명이라고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전력 때문에 고초를 겪자 많은 현역들과 예비역들이 '이순진 장군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항의성 말과 함께, 국회의원들이 공연히 트집 잡는다며 이순진을 옹호하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군 생활 42년간 45차례 이사를 해야 했던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전 의장은 “제 아내는 저를 중심으로 살았고, 제가 바르게 생각하고, 제가 중심을 잡고 군 생활에 집중하도록 했다”면서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조언을 해줬다.만일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두 자녀에게도 “이 세상 최고의 표현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이제 대한민국의 민간인으로 돌아간다”면서 이임사를 마쳤다. 이를 듣던 그의 부인 박경자씨는 눈물을 흘렸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은 재임시절 전 장병들을 통틀어 가장 고참이었다고 한다. 오랜 군생활을 하면서 몸에 익힌 겸손과 배려의 리더십은 결국 그가 명예로운 퇴임식까지 하는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했다. 이제 '대한민국 민간인'으로 돌아간 한 장성의 42년 군생활은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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