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진 MBC 아나운서의 행동을 지적했다가 좌천됐다고 폭로한 양윤경 MBC 기자가 당시 상황을 자세히 털어놨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최일구 전 MBC 아나운서는 후배 기자들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8월 2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한 양 기자는 배 아나운서에게 '물을 끄고 양치질을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가 인사 보복을 당한 사건을 언급했다. 양 기자는 인터뷰 시작 전 공개한 영상에서 "높은 분들이 아낀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회사의 '소녀시대'에게 자원 절약에 동참할 것을 겁도 없이 제안했다가 수증기처럼 옆방으로 증발했다"고 말혔다. '소녀시대'는 MBC 내에서 배 아나운서를 부른 별명이다.
양 기자는 "진짜로 '양치질 사건' 때문에 좌천됐냐"는 김어준의 질문에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양 기자에 따르면 2013년 7월 회사 건물 5층 화장실에서 마주친 배 아나운서는 물을 틀어놓은 채로 양치 후 화장을 고치고 있었고, 양 기자는 "물을 끄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자리로 돌아와 퇴근하기 위해 가방을 챙기는데 배 아나운서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치!" 하며 지나갔다고 한다. 당시 양 기자의 사무실 자리는 배 아나운서의 바로 앞자리였다.
이 사건 때문에 양 기자는 경위서를 작성해야 했고 MBC 내에서 진상조사단까지 꾸려졌다. 진상조사단장은 현재 MBC '백분토론' 진행을 맡고 있는 박용찬 앵커였다. 양 기자는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김장겸 현 MBC 사장이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부장을 불러 "당장 징계를 내리겠다"며 노발대발 했다고 전했다. 당시 부장이 "MBC 망신이다. 정 하고 싶으면 정기인사 때 하라"고 설득한 덕분에 정기 인사 때 좌천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김어준씨는 "같이 다툰 배현진씨는 왜 징계를 받지 않았냐?"고 물었고 양 기자는 "저도 모른다"고 답했다.
양 기자는 "당시 너무 황당한 사건이라서 '화장실 대첩' '수도꼭지 게이트' 등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제가 '워터 케이트'로 정리했다"며 "정도의 차이일 뿐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나 구로에 있는 폐건물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좌천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누적 집계로는 좌천된 사람이 200명 가까이 된다"고도 했다.
같은 날 방송에는 양 기자 외에도 MBC 간판 앵커였던 최일구 전 MBC 아나운서가 출연했다. 최 전 아나운서는 "영화 공범자들에 나오는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금의 MBC는 처참하다"고 털어놨다.
최 전 아나운서는 "후배 기자들이 정신과 다닌다는…"이라고 말하다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였다. 그는 "MBC는 공영 방송사다. 김장겸 사장이 뭔데 국민의 방송을 개판으로 만드나. 공영 방송은 올바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졌다"고 역설했다. 최 전 아나운서는 MBC 총파업 사태를 일제강점기 시대 '친일파'와 '독립투사'로 비유하기도 했다. 또 "지금 파업에 참여 안하고 남아있는 기자들은 전부 권력지향적"이라고 비판했다.
"5년 내내 조용하다가 정권 바뀌니까 총파업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노조가 전부 와해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축 기자들을 다 외부로 방출시켜서 촬영장에 떨어진 담배꽁초 줍게 하는 등 제작에 전혀 참여 안시키는데 구심점이 사라진 보도국 기자들이 무슨 힘이 있었겠나"라며 "그렇게 5년이 지나 국민이 촛불 혁명으로 주신 기회를 이제서야 이용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제 고지가 얼마 안남았다. 김장겸 사장은 반드시 물러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MBC 언론 노조는 지난 24일 총파업 시행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29일까지 진행되며 찬성표가 절반을 넘을 경우 다음달 초 2012년 이후 5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에 김장겸 MBC 사장은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퇴진 거부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