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축구는 과거 고비 때마다 한국의 벽에 가로 막혔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우리와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1골 뒤져 직행 티켓을 놓쳤다. 요르단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0명의 키커가 나선 승부차기 끝에 8-9로 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한국전을 그동안의 숙원을 날릴 적기로 보고 있다. 이 경기를 이기면 우즈베키스탄은 직행 티켓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관심은 5일 자정(한국시간)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열릴 한국전에 쏠려있다. 경기 당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는 3만4000명의 매진 관중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된다. 티켓은 이미 동이 났다.
티켓값은 3만5000숨. 한화 1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한 교민은 "3만5000숨은 우리 돈 5만원의 가치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축구는 팍팍한 삶을 달래는 몇 안 되는 위로 수단이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23명의 선수들이 자국이 출전하는 월드컵을 보게 해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19세기 말부터 130년 가량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내년 월드컵 개최지가 러시아라는 점에서 꿈의 무대를 향한 열망은 어느 때보다 크다.
10년 간 우즈베키스탄에 머물고 있다는 한 교민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애국심이 무척 강하다. 이들은 당당한 참가국의 자격으로 러시아에 가고 싶어 한다. 한국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금 특이한 것은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선수들과는 달리 삼벨 바바얀 감독의 인기는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15년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바바얀 감독은 이란 원정에서 0-2로 패한 뒤 경질설에 휘말렸지만 어렵게 위기를 넘겼다.
이 교민은 "바바얀 감독은 축구 행정가 출신으로 흔히 말하는 지도자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 아니다. 이 때문인지 우즈베키스탄 팬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고 하지만, 무승부도 탈락할 수 있다. 무조건 이겨서 그 동안의 치욕을 말끔히 씻어야 할 것이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