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의 면세점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고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기업들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이 줄어 직격탄을 맞은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인천공항 면세점 가운데 영업매장이 가장 넓은 롯데의 임대료는 5년간 4조 원이다.
롯데는 현 상황에서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면세점 철수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영업환경이 예상치 못하게 급변해서 현재 상태로는 향후 남은 사업 기간 동안 수조원에 이르는 공항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손실이 2.5배 이상 늘었고, 신라면세점도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떨어져 임대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측은 사업자 선정 당시 법에 따라 계약을 한 내용이라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공항측은 법률적으로 보면 계약상에 문제가 되고, 임대료 인하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면세업계의 임대로 인하 요구는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이후부터 계속돼 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유커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3% 감소했다. 유커는 면세점 매출의 70∼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한국면세점협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공항 면세점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인천공항은 제외됐다. 이날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3사 대표들이 직접 나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만나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면세점 업계는 적자 구조를 알면서도 공항면세점에 입찰해 왔다. 국가의 관문인 만큼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 효과가 있는 데다 해외 면세점 입찰 시 공항면세점 운영 경험이 높은 점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에서 수익을 보전한다는 전략으로 공항면세점을 운영해 왔지만 최근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내면세점 역시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롯데가 철수까지 고려한 데는 임대료 납부방식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인천공항 3기 면세점을 낙찰받은 롯데면세점이 5년간 납부할 임대료는 약 4조1400억원이다. 영업면적이 가장 넓어 신라면세점(약 1조4930억원), 신세계면세점(약 4330억원)보다 많다. 더욱이 매년 균등하게 임대료를 내는 신라, 신세계와 달리 롯데는 3∼5년차에 전체 임대료의 약 75%를 지급하는 조건이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 롯데가 철수를 결정하면 다른 사업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에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 3사와 중소중견업체인 SM, 시티플러스, 삼익, 엔타스 등이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소중견업체 한 곳이 면세사업권을 반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철수를 강행하면 기존 사업자들도 철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임대료 역시 조정돼야 한다는 게 면세점들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시장에서 위기를 맞은 현대·기아차는 부품 협력업체에 2천5백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고, 정부도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앵무새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중국에서의 점유율 급감과 이에 따른 현지 부품 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중장기 발전 전략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한다. 구체적인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관광과 자동차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사드 보복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인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환경이 항상 좋을 순 없다. 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을 다각화하고 적자 사업은 과감히 업종전환을 하거나 시장을 다른 곳으로 개척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