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현화가 이수성 감독과의 통화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이수성 감독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반격'의 성격이 짙다.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영화 '전망 좋은 집' 노출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는 배우 곽현화와 변호사, 여성민우회 정슬아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곽현화는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한 녹취파일이 있다. 들려드리겠다"라며, IPTV로 '무삭제판'이라는 제목으로 곽현화의 가슴 노출씬이 공개된 이후 대화한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그는 "개봉하기 전, 편집본을 보고 난 후 2~3일 후 내가 빼달라고 했던 대화 내용"이라고 말했다.
통화 속 곽현화는 "무조건 빼주셨으면 좋겠다. 그걸 강력하게 좀, 계약서 찍기 전에는 그런 상황이었고, 나도 첫 영화이고 나도 찍을 당시 OK하겠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 않느냐"라고 이수성 감독에게 말했다.
이수성 감독은 곽현화의 계속되는 '잘못' 추궁에 "나도 당황스러워가지고.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서 무릎꿇고 빌겠다. 벌을 달게 받겠다. 내가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했을까 너무 후회한다"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영화감독 이수성의 무죄 판결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014년 개그우먼 출신 배우 곽현화(36)의 동의 없이 신체 노출 장면을 공개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이수성 감독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판결과는 별개로 이번에는 곽현화가 이수성 감독에게 불리한 녹취록을 공개해 사건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체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곽현화가 11일 오후 합정동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수성 감독의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곽현화 담당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서는 사건 피해자에 대한 입장에 무심한 면이 있는데, 곽현화씨도 이 일로 명예훼손으로 피소를 당했다. 원래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수성 감독이 먼저 기자회견을 했고, 거기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감독과 배우의 관계 및 촬영장 상황 문제나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 권익보호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이 자리를 통해 이수성 감독의 녹취록도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날 그의 기자회견을 두고 여론은 분분했다. 하지만 이수성 감독의 무죄 판결이 나온 상태에서도 곽현화가 나선 이유는 단 하나, 2차 피해자를 막기 위함에서다. 곽현화는 "애초에 찍지 않으면 될 게 아니냐"는 여론에 대해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곽현화는 "제가 소속사가 없다. 그리고 영화를 찍은 경험도 전무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애초에 (노출신을) 찍지 않으면 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 개그우먼에서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저에겐 첫 작품의 감독님인데 '안 할 거예요', '이거 문서로 남겨주세요'라고 말할 정도의 여유나 내공이 없었다. 소위 말해 '버릇 없어 보인다', '까탈스러운 배우로 보인다' 이런 인식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앞섰던 게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곽현화의 이야기는 그가 공개한 통화 녹취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출신을 찍은 직후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에게 연락해 해당 장면을 편집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장면을 찍고 편집 전까지 곽현화의 상당한 마음고생을 엿볼 수 있다.
녹취록에서 곽현화는 "나쁜 기사 나오고 사람들 악플 나오고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무조건 빼주셨으면 좋겠다. 계약서 찍기 전에 그런 사항이 없었고 저에게도 첫 영화다. 감독님 믿고 그 장면 찍었는데, 찍었던 게 오케이 하고 찍은 게 아니지 않냐"고 호소했다.
이수성 감독은 곽현화의 이야기에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노출신) 보여주고 얘기하자고 했잖아요"라고 해명을 하는 감독의 이야기에서 충분히 양측의 합의가 안 된 대목임을 가늠케 했다.
이후 곽현화가 해당 장면이 무삭제 배포된 걸 알게 된 직후 녹취된 내용도 공개됐다. 이수성 감독은 "상반신 노출신을 동의도 없이 배포하면 어떡하냐"는 곽현화의 이야기에 "제작사가 시켰다. 동의를 구해야 했는데 미안하다. 얼굴 보고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괴로워하는 곽현화에게 이수성 감독은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만 거듭할 뿐이었다.
곽현화는 "저는 감독님을 끝까지 설득하려고 했다. 혹시 밉보일까봐 조심스럽게 그런 자세로 임해왔다. 감독님께서 이 장면을 찍을 때 저를 설득한 이유가 이렇게 수많은 스태프들을 데리고 오늘 이 한 컷을 찍어야 하는데 '다시 찍기 힘들다', '스태프들 움직이기 힘들다', '영화배우로 자리매김 하려면 힘들 것이다'라고 해서다. 저도 처음엔 거부했다. 마지막에 정말 안 된다 안 된다고 했을 때 '그러면 편집본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해서 그 말을 믿고 촬영에 임했던 것이다. 그런데 녹취록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제 동의 없이 공개된 상태였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해냈다.
곽현화는 "이 사건의 피해자는 저인데 '그러면 왜 찍었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수성 감독은 무죄 판결을 받았고, 저는 2차 피해자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영화계 많은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와 비슷한 피해자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수성 감독은 지난 2014년 '전망 좋은 집' 출연 배우인 곽현화 동의 없이 신체 노출 신이 담긴 영화를 IPTV와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 제공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1월 이수성 감독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곽현화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곽현화 역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러던 중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는 지난 9월 8일 이수성 감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지난 1심과 같은 결과다.
최수정 인턴기자 soojung@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