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55·사진)는 9월 20일 “안보는 우왕좌왕, 경제는 좌충우돌, 도대체 이런 집권세력이 세상에 어딨나”라고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에 촉구한다. 대한민국 망신 그만 시켜라. 적전 분열에 자중지란, 그 무능의 극치 당장 멈추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 중앙시장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세력의 자중지란이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안보 위기가 극에 달하고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국제공조를 이끌어야 할 때, 국방장관과 대통령 특보가 서로 싸우고,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통일부의 대북 지원 입장은 그대로라고 한다”며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우측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면서 우왕좌왕, 오락가락 끝에 결국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여당이 보유세 증세를 밀어붙이며 ‘김동연 패싱’을 넘어 ‘김동연 프레싱’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 증세를 반대하던 김 부총리는 조세개혁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서고 있다”며 “경제 논리가 여당의 선거형 전략에 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에 촉구한다. 대한민국 망신 그만시키십시오”라며 “적전분열에 자중지란, 그 무능의 극치를 당장 멈추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최근 대여 강경 발언에 대해 "구태정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새로 입문한 안철수의 이미지는 권력에 대한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 제시와 협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데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고 나서 천신만고 끝에 다시 당 대표가 되자 이런 '초심'과 이미지는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본인이 그런 새 정치의 모델을 걷어차 버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존립근거마저 희미해져버린 당을 위해 '야당의 선명성 부각'이라는 오래된 정치 전략 하나를 꺼내 든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은 여와 야가 따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의 대북 관계나 북핵 위기 등에 대해 100점 만점을 잘 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안보를 절반 이상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게 반영되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나라 망신 시키지 말라'는 막말까지 하는 것은, 안철수의 색깔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한편 안철수 대표는 지난 19일 소방관들을 만나 국민의당이 소방관 증원 반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오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강릉화재 소방관 순직 사건 때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 소방관 증원에 반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졌다.
안 대표는 이날 대전 중부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최근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이영욱 소방경과 이호현 소방교를 위해 묵념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추경심사 당시 국민의당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황주홍 의원이 소방관 증원에 반대했다고 알려져 비난을 받은 것에 대해 “오해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황 의원의 취지는 소방서 동원 체계 기초단위를 좀 더 광역화한 동원 체계로 합리적으로 바꾸는게 좋겠다는 것인데 말이 와전된 것”이라면서 “공무원이 충원 될 때 가장 먼저 충원될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소방관이라는 생각은 국민의당이나 황 의원이나 저나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보면 사실을 왜곡한 가짜 뉴스가 많이 돌아 다니는데, 사실에 근거한 비판 거리가 없다보니 왜곡까지 해서 비판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며 소방관 증원 반대설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대전 중부소방서를 '급히' 찾은 것은 그와 국민의당이 소방관 증원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안 대표가 이들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가 호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안 대표의 '해명'에도 불과 2개월 전 국민의당이 '화재가 많이 안 난다'며 소방관 증원을 반대한 것을 두고 "앞뒤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안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강릉 소방서 이용욱, 이현호 소방관님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라는 추모글을 올렸다.
이어 "국민의 생명은 물론 국가와 국민의 재산까지 지켜주시는 소방관의 노고와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같은 날 새벽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붕괴 매몰로 순직한 두 소방관을 향한 애도문이었다.
그런데 해당 글이 올라오자 댓글과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달 전인 지난 7월 추경 당시 안 대표가 소속된 국민의당이 '소방관 증원'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은 "소방관의 경우, 화재가 빈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동원체계를 정교화·과학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정부의 추경예산안 중 경찰, 소방관, 군부사관, 교사 등 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산 1.5조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두 달 전만 해도 소방관 증원이 필요 없다더니 소방관이 순직하니까 갑자기 처우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냐며 뻔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대표의 소방서 방문 관련 사진을 공유하며 “소방관들의 얼굴 표정이 냉담하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당시 황 의원이 발언이 소방관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뜻이지 증원을 반대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순직한 이용욱, 이현호 소방관이 소속돼 있던 강원도 내 소방인력은 2천 612명으로, 3교대가 가능한 법정 필요인력(4천 431명)에 59%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본 4명은 타야 할 소방차에 2~3명이 타거나, 한 명은 운전을 하고 다른 한 명이 모든 사고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태백 강풍 피해복구현장에서 홀로 현장 복구작업에 나섰던 고 허승민 소방위가 목숨을 잃었다.
이같이 심각한 소방인력 부족을 겪고 있지만 충원은 5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 소방본부는 2022년까지 소방인력 총 2천 18명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도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소방공무원수 역시 4만 4천293명으로 최소 인력배치 기준보다 1만 9254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략 소방관 1명이 국민 1천 579명을 책임지고 있는 것.
이에 소방공무원의 98.8%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국가 예산으로 열악한 공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야당의 존립 근거는 국민들의 '지지'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위기 대응에 문제가 있지만 일단 믿어보자는 게 민심의 큰 줄기인 것 같다. 소방관 증원 문제 또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 증원에는 반대하고 적재적소 재배치라는 것을 주장했다는 데 대해서 당장의 현실성 있는 소방관 부족 대안이 아니었음은, 대전 중부 소방관들의 굳은 표정들에서부터 읽힌다.
야당의 목적은 독주하는 여당을 견제하라는 데 있다. 안철수 대표가 그 목적에 제대로 부합하는지도 한번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약해진 국민의당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무조건 여당만 몰아붙일 게 아니라, 당내의 갈등요소를 제거하고 집권정당으로서 개혁을 하는, '자강'의 진정한 뜻을 한번쯤 새겨보기 바란다.
안철수의 '내로남불'식 태도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아생' 하기 위해 '살타' 하는 게 아니라, 아생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도려내는 '화타'의 면목을 보여주기 바란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