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 입주민들에게 최근 ‘전시 입주민 행동요령’과 ‘입주민 개별 준비물’ 안내문이 배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 등이 이어지면서 전시 대처 방법을 알려달라는 일부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타워팰리스 1차 관리사무소는 지난 18일 입주민들에게 ‘전시 입주민 행동요령’과 ‘입주민 개별 준비물’이라는 유인물 2장을 배포했다.
‘전시 입주민 행동요령’은 공습경보 발령, 화생방 경보 발령, 경계경보 발령 세 경우에 따른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습경보 발령시 세내 대에 있는 경우 ‘비상 배낭을 휴대하고 계단을 이용해 각 동 지하 X층 집결지로 이동하라’고 나온다.
화생방 경보 발령시에는 세대내에 있는 경우 ‘신속히 방독면 착용, 비상배낭을 휴대하고 비상계단을 이용해 각 동 지하 X층 집결지로 이동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길거리에 있을 경우에는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근처 지하층으로 대피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핵폭발(바람) 반대 방향으로 배가 바닥에 닿지 않게 엎드린 후 입은 벌린 채로 눈과 귀를 손으로 막으라’고 안내하고 있다.
‘입주민 개별 준비물’ 안내문에는 생존배낭(가급적 대형 사이즈), 방독면 또는 마스크·수건, 초콜릿·에너지바·쇠고기 육포·통조림 등 고열량 식품으로 구성된 비상식량 2주일분, 생수 2ℓ짜리 2병, 당뇨·고혈압 약 등 평시 복용약 등을 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손전등, 속옷, 등산용 침낭, 고무장갑, 피부 제독용 비누, 비닐우의, 코팅된 가족사진 1장, 신분증, 여권, 현금 등을 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앞서 타워팰리스 1차 입주민들은 지난 8월 민방위 ‘대피훈련’에 참여하면서 전시 행동요령 안내문을 배포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7월 두 차례에 걸쳐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8월 위기설’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대피훈련에 참여한 입주민 100여명이 ‘다른 입주민에게도 전시 대피 요령을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후 관리사무소측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시 행동요령 등의 내용을 요약해 최근 타워팰리스 1차 입주민들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전쟁 징후는 '자본'이 제일 먼저 감지하게 된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그 징후를 알아내고 준비를 한다. '부자'들도 자신들이 지킬 것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전쟁 징후 포착에 열을 올릴 것이다. 한국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타워팰리스 입주민들이 전시 행동요령을 요청했다는 것을 오버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전쟁이란 초현실적 가능성이 우리의 삶속에 한걸음 더 들어왔다는 현실이 왠지 서글퍼진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