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인들이 '자식'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특히 유교사상이 아직까지 깊게 남아 있어 자식의 허물이 곧 교육의 직접 당사자인 부모의 '연대책임' 의식이 강하다.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장남의 마약 복용 사건으로 사과를 한 바 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아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한국일보, 동아일보 등이 22일 보도했던 '또래 성추행한 전직 국회의원 아들'은 제 아들"이라고 밝혔다.
21일 경찰과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5살 A 군은 올 3월 가정법원에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받았다. A 군은 2015년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했고 지난해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를 성희롱했다. 피해 여학생은 성희롱을 당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당시 A 군이 만 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 지난해 11월 가정법원에 곧바로 송치했다.
정 의원은 "제가 먼저 사실을 밝히는 것은 변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혹여 추가 취재과정에서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그 신원이 노출되어 또 다른 상처를 입을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아버지로서의 역할에는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 제 아이 역시 잘못을 뉘우치며 크게 후회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도 제 아이도 함께 각별히 노력하겠다. 거듭 피해학생과 학부모님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지금까지 SNS를 통해 사회 각종 현안에 대한 돌직구를 날려왔기 때문에 이번에 그의 아들 추문은 그에게 상당히 아픈 악재가 되고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용은 구속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에서 "삼성 지원받은 장시호는 구속됐다. 장시호보다 20배가 넘는 돈을 준 삼성 최종결정권자도 구속돼야 공평하다"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특히 "이재용이 이건희 아들이란 점 빼놓고 경영능력 있나?"라면서 "청문회 때 보니까 기억력도 수준 이하던데 그가 빠지면 삼성 더 잘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부회장을 '이건희 아들' 빼고 잘 난게 없다고 디스했던 것이 이번에 그의 '아들 성추문'으로 되돌려 받았다는 네티즌들의 댓글도 보인다.
당에서 '저격수'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은 사실 각별히 사생활에도 조심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초선 재선 의원 시절 저격수를 자처했는데, 그는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나는 여자들 나오는 술집을 절대 안 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만큼 날선 칼날을 쥔 사람은 그것에 베이기 쉽다.
정청래 전 의원의 경우도 때로는 '상대'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번 아들의 성추행 파문은 그에게는 더욱 아픈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
[아래는 사과문 전문]
<사과드립니다>
9월 22일자 한국일보, 동아일보 등 사회면 기사에 나온 아이는 제 아이입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학교측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피해학생이 2차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우선 팩트는 이렇습니다. 2015년 당시 제 아이와 피해학생은 중학교 1학년, 만 12세였고 친구 사이였습니다. 그 때 제 아이가 문제의 행동을 하였고, 피해학생이 거부하자 행동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중학교 2학년 때 제 아이가 피해학생에게 익명으로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고 피해학생이 이를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제 아이는 자신이 한 일이라는 사실을 바로 밝히고, 피해학생에게 찾아가 직접 사과했습니다. 이에 피해학생과 부모는 취하를 원하며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수사와 재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고 제 아이는 지난 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하루 8시간씩 5일간 총 40시간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했고 부모교육도 8시간 이행했습니다. 또한, 올해 초 가정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아이교육 40시간, 부모교육 8시간 이수 명령을 추가로 받고 성실하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 전체 과정동안 저는 제 아이의 처벌회피를 위한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음을 밝혀둡니다.
기사에서 제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제가 먼저 사실을 밝히는 것은 변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혹여 추가 취재과정에서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그 신원이 노출되어 또 다른 상처를 입을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간곡히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그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아버지로서의 역할에는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마음이 무겁고 착잡합니다. 제 아이 역시 잘못을 뉘우치며 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도 제 아이도 함께 각별히 노력하겠습니다. 거듭 피해학생과 학부모님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학교 측에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추후 어떠한 조치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2017년 9월 22일
정청래 올림.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