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카지노가 한국 관광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카지노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민이 사채를 빌려 도박을 하다가 갚지 못해 사채업자에게 납치 감금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2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필리핀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의 카지노에서 이런 사건이 12건 발생했다.
이들 사건은 한국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월 말 40대 한국인 관광객이 D호텔의 카지노에서 사채업자로부터 1천만 원가량을 빌려 도박을 하다가 탕진했다. 이 관광객은 빚 독촉을 하는 사채업자에게 납치돼 5일간 감금됐다가 풀려났다.
같은 달 P호텔 카지노에서는 30대 한국인이 약 1천200만 원의 사채를 썼다가 갚지 못해 열흘간 감금되기도 했다.
이들 사건의 사채업자는 모두 중국인으로, 주로 피해자의 가족들을 협박해 채무 변제를 받는 수법을 썼다.
작년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취임 이후 중국과 필리핀의 관계 개선으로 관광교류가 활성화하자 이를 틈탄 중국인 사채업자들이 마닐라 카지노에서 자국민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을 상대로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 사채업자들이 도박으로 돈을 잃은 외국인에 접근, 돈을 빌려준 뒤 이를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를 납치 감금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카지노 도박이 합법이더라도 우리 국민이 외국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것은 한국 형법에 저촉된다"며 "관광 이외의 도박은 삼가고 중국인 사채업자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마닐라 일대에서 쇼핑 또는 관광 중인 한국인에게 접근, 마취제나 마약 등을 탄 음료를 건네 마시게 한 뒤 의식을 잃으면 신용카드를 훔쳐 현금을 인출하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7일 30대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필리핀인들과 인근에 놀러 가다가 약물 첨가 음료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이들 필리핀인은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100만 원가량을 인출한 뒤 달아났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필리핀을 찾은 한국인 대학생에게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며 환심을 산 뒤 약물 첨가 음료를 마시게 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현지인이 임산부나 할머니, 어린이 등 노약자를 이용해 혼자 있는 한국인에게 접근, 도움을 요청하며 약물 첨가 음료를 건네는 일도 있다.
한국대사관은 아무런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며 접근한 현지인이 주는 음료는 절대로 마시면 안된다며 혼자 돌아다니거나 불필요한 야간 외출을 하지 말고 외출 시 지인들에게 행선지를 알릴 것을 권했다.
어디를 가나 범죄가 있기 마련이지만, 필리핀의 경우 특히 최근 들어 한국인 관련 강력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필리핀에 관광을 하는 사람들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올해 7월에는 필리핀 남서부의 휴양지 팔라완에서 보트 투어에 나선 일본인 관광객 2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지난 6월 31일 실종신고된 일본인 관광객 아라이 요시히로(24), 이타니 마사루(59)씨는 팔라완 쿨리온섬 인근에서 괴한들에게 살해된 뒤 시신이 바다로 버려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들은 이 지역의 한 호텔에 지난달 30일 체크인한 뒤 다른 일본인 관광객과 필리핀인 통역과 함께 보트 투어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트 선원은 투어 도중 한 섬에 잠시 정박했을 때 3명 괴한이 들이닥쳐 두 일본인을 끌고 간 뒤 머리 부분에 총을 쏴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당시 나머지 일본인 1명과 통역은 중간에 다른 곳에서 따로 투어를 하고 있었다.
현지 경찰은 수색대를 투입해 일본인 관광객들의 시신을 찾고 있다.
팔라완 지역은 자연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필리핀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팔라완에서도 중심도시인 푸에르토프린세사 이남 지역 등은 치안이 불안한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마닐라 주재 미국대사관은 공지문에서 "팔라완에서 외국인들을 노린 테러 조직들의 납치가 계획되고 있다는 신빙성 있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푸에르토프린세사 시티 등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들을 방문할 때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필리핀은 올해 7월 말부터 전국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이 시행에 들어갔다.
흡연 지정구역을 빼고 대중교통과 정부 시설, 학교, 음식점, 길거리 등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며 이를 어기는 개인은 500∼1만페소(1만∼22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거나 이들을 담배 배달이나 홍보 등에 이용하는 것도 금지됐다.
학교는 물론이고 유스호스텔과 오락시설 등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의 100m 이내에서 담배 판매를 못 한다.
전국의 지방정부는 단속반을 편성해 금연 위반 행위를 감시한다. 이에 따라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민 가운데 흡연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연간 120만명에 이르며 교민은 9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