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디지털위원회에 참석한 홍준표의 '소통'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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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디지털위원회에 참석한 홍준표의 '소통'에 대한 인식
  • 성기노
  • 승인 2017.09.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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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 행사에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 '클릭! 뉴미디어와 디지털 시대, 빛의 전사들이 소통하다!'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의 첫번째 주제는 '악플과 소통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시작하자마자 돌발발언을 던졌다.


"악플과는 소통할 필요가 없어요. 저거(화면) 내리세요."


홍 대표의 짜증섞인 말이 장내를 울려퍼졌다. 화면에는 '악플과 소통한다'라고 쓰여있었다.


이날 홍 대표는 "주최 측이 의도하는 것과 전혀 반대 방향의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라며 "나는 악플을 보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어차피 우리 당을 지지할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홍 대표는 이어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리 밤새도록 설득해봤자 다음날 투표장에 가서 반대표를 찍는다"라며 "선거라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결집해서 하는 것"이라고 되레 훈계했다. 일부 방청석에서는 "옳소!", "맞아!"라는 호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토론회 사회자는 다소 당황한 듯 "진행을 빠르게 하겠다"며 서둘러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홍 대표의 한마디에 이날 '악플과의 소통' 주제는 단숨에 묻혀버렸다. 제 1야당 대표의 정치 인식이 이렇다.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고 그들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이다. '우리편'끼리 더 잘해보자 하는 것은 그냥 동호회에서나 하는 것이다. 마음 잘 맞고 얘기 잘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맨날 자화자찬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우리 사회의 이해상충하는 사안들을 대화와 협력으로 대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적'들을 만난다. 그들이 우리와 뜻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은 정치의 길이 아니다. 특히 야당은 '집권'이 최대의 목표다. 여당에 비해 힘도 없는 야당은 국민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산재해 있는 지지세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재적인 우군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 자유한국당을 비판한다고 해서, '어차피 우리 찍을 것도 아닌데 뭐하러 힘쓰고 구걸하느냐'는 인식은 상당히 미성숙하고 협소한 사고방식이다.


반대세력도 국민이다. 두 팔 걷어붙이고 '그들'과 마주앉아 열정적으로 당의 비전과 목표를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야당 지도자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열정과 헌신을 느낀다. '찍지도 않을 사람하고 뭔 소통이냐'고 호통치는 야당 대표의 모습, 우리는 참 불행한 정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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