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은 고되다. 차승원이 '삼시세끼'에서 차줌마로 나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웬만한 남자들이 '전업주부'를 하는 건 쉽지 않다. 육체적으로도 고되고, 자기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 '조건'이 어떠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한 '돈 많은' 여성이 '전업주부' 남자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자 반응이 폭발적이다.
취업난 경제난 세태에 '돈 버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이런 현상도 일어나는 것 같다. 문제는 '그곳'이 대학이라는 데 있다. 문제까지는 아니지만, 도전과 패기로 여겨지던 대학에서마저 '돈'의 조건에 청춘의 꿈도 나약해지는 건 아닌지, 씁쓸한 세태다.
동국대학교 익명 게시판에 “전업 주부 남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모가 건물주”라는 말에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1만2000여명이 댓글이 달고 있다.
27일 동국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제 이상형이 조신하고 내조 잘하고 요리도 잘하는 전업주부 남자인데.. 제가 이상한가요”라고 시작하는 글이 달렸다. 그러면서 “저희집 돈 많아요 부모님 중 한 분은 사업하시고 한 분은 소위 말하는 건물주에요 건물,집 많아요 제 명의도 있어요”라며 “직장 선택 과정에서 탈 없으면 저도 고소득 직장에 다닐 예정이고요. 부모님이 요리, 빨래, 청소 안 가르쳐줬어요. 가정부 이모 오는데 저는 그 정도로 벌진 못 할 것 같아서 남편이 다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적었다.

이어 “만약 결혼하면 아마 제 집에서 살게될 것 같아요. 차도 있어요. 20살 생일 때 받았는데 차에 별로 관심 없어서 계속 쓸거에요. 남편은 그냥 몸만 들어오면 돼요”라며 “대신 술 담배 유흥 안 즐기고 약간 집돌이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저를 기다렸다가 같이 저녁먹고 산책하면 좋겠어요. 애 안 낳을 거지만 낳는다면 남편이 육아도 해야 하니까요”라고 밝혔다.
이같은 글에 동국대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청소 빨래 주부 100단에 요리는 아직 컵라면밖에 못하지만 혼인신고 전까지 조리 관련 학과 석박사 이수에 원하시면 김밥나라 인턴 3년까지 해올 의향이 있습니다”, “정말 교육학전공해서 애도 잘볼수 있어요”, “필승필승! 돌잡이때부터 뒤집개잡은 해상병 627기 병장 박 경륜 인사드립니다. 3군중 가장 맛있다는 해군밥상을 2년동안 차렸으며 취미는 요리고 특기는 음식만들기입니다”며 채용 시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장난기 섞인 눈에 많이 띄지만, '전업주부' 남자 지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도 꽤 있는 것 같다. 남자라고 '전업주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그것을 '업'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릴 '성실한 살림남자'가 과연 많이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