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사격장 A일병 사망 사건의 파장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그의 사망사건 원인이 도비탄(튕겨나온 총알)이 아닌 직격탄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A일병을 부검한 법의학 군의관이 시신에서 나온 총탄을 볼 때 머리에 맞으면서 총탄이 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원점에서 재수사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A일병의 유족은 1일 “부검을 한 법의학 군의관이 ‘머리에서 총탄 조각 3개가 나왔는데, 파편의 형태를 보면 외부에서 쪼개진 것이라기보단 머리에 맞으면서 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머리에서 발결된 총탄조각은 도비탄이라면 1차 충격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런 흔적은 없고 총알이 머리에만 충격하면서 개져서 3조각으로 나뉘어졌다는 뜻이 된다. 탄이 어디론가 날아가 1차충격 뒤 머리에 맞은, 그 도비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족은 또 “(군의관의 설명이 있은 뒤) 더 이상 군에서 우리에게 도비탄 얘기를 하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는다”며 “사실상 군에선 직격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인정해 아이의 장례도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이 같은 주장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 27일 육군이 발표한 중간 수사 브리핑 내용과 거리가 멀다. 육군은 당시 A일병이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비탄은 발사된 총탄이나 포탄이 돌이나 나무 등 지형 지물에 의해 정상 발사 각도가 아닌 예상 외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부검의가 A일병의 몸에서 나온 총알이 1차 충격에 의한 변형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으면서 직격탄에 맞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고 당시 인근 사격장에서 K-2 소총 사격훈련이 진행된 만큼 사격장에서 날아온 총알에 부대 복귀 중이던 A일병이 직접 맞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사격훈련 과정에서 누군가 A일병이 피격된 방향으로 총구를 겨눴거나 훈련 직후 잔탄을 소진하다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해당 부대 지휘관의 사격장 통제 및 부실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군은 현재 A일병 사망 당시 사격장 외부를 향해 사격한 병사가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격 훈련 중이던 병사들의 총기를 수거해 정밀 감식도 벌이고 있다.
A일병의 사망 원인이 직격탄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종 부검 결과와 군이 아직 공개를 꺼리고 있는 사격훈련 상황 조사 결과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 파문이 커지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철원 총기사고의 특별조사를 지시한 만큼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군 당국이 처음부터 직격탄에 의한 사망사고임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감췄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군을 제대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듣기 생소한 ‘도비탄’이라는 것까지 등장한 셈이다.
이제 최종적으로 정확한 부검과 그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격장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 점검을 해야 한다. ‘도비탄 사망’이라는 우연적인 원인만을 강조하다 군 전체가 더 큰 불신을 받을 수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