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주의 무장 조직 I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까지 58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부상당한 잔혹한 라스베가스 총기난사 사건에 IS 배후설이 한때 퍼졌었다.
IS 또한 “라스베가스 총기난사는 우리의 소행이다. 범인은 이슬람교로 개종까지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자생적으로 IS 추종세력이 된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일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이 국제 테러 단체와 연관됐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FBI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로선 국제 테러 조직과는 연계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미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총격범인 스티븐 패독(64)의 단독범행이라고 보고 있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앞서 이번 총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격범이 수개월 전 이슬람교로 개종한 자신들의 '병사'라고 강조했다.
IS는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IS는 서방 국가에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들이 배후에 있다고 밝혀 왔다.
사건현장에서 자살한 스티븐 패덕(64.남)은 중산층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에 대한 완벽한 신상정보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조종사 자격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계관련 일을 하는 중산층 시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패독은 은퇴한 회계사로 뚜렷한 범행 전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 숨진 아버지가 은행 강도 출신으로 드러났다.
패독의 형제인 에릭은 2일 CNN방송에 패독이 과거 회계사로 일했으며 수중에 돈이 많았다며 "유람선에서 비디오 포커를 즐길 정도로 부유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에릭은 패독이 한때 결혼했다가 이후로는 여자친구와 생활했다며 슬하에 자녀는 없다고 전했다. 또 그가 1~2주 전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했고 최근 자신에게도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물었다고 말했다.
에릭은 패독이 왜 사람들을 죽인 건지 알 수 없다며 새벽 1시께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고 총격 사건에 관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스티븐은 나의 형제다. 소행성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패독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128km 떨어진 메스키토 지역에 거주했다. 이 곳은 주민 수가 약 1만8000명으로 은퇴자들이 주로 산다. 카지노와 골프장이 여러 개 들어서 있다.
에릭은 1년 전 패독이 플로리다 주 멜버른에서 메스키토로 이사하는 일을 도와줬다고 했다. 또 당시에는 패독이 기관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 패독이 보유하던 총기는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패독이 총기 난사 직후 호텔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에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별다른 범죄력이 없으며 경찰 수사망에도 올라있지 않았다.
에릭은 다만 아버지 벤자민 호스킨스 패덕이 유명한 은행 강도로 연방수사국(FBI)의 10대 수배자 명단에 든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가 이미 몇 해 전 세상을 떠났고 형제는 아버지를 잘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 등은 1969년 FBI의 탈옥자 수배 포스터에 벤자민 패덕이 등장했다며, 그가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으며 자살 충동을 느끼는 위험한 인물로 묘사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고공사격’에 있다. 지금까지의 총기난사는 군중속에서 이뤄졌는데 이번 참사는 호텔 32층에서 내려다보며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효율적인 참살 방식을 찾다보니, 이번에는 시야확보가 유리하고 시민들이나 경찰에게 제압당할 가능성도 없는 고층 호텔방을 범행장소로 골랐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 등은 이런 ‘고차원’의 테러 전술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제 미국은 총기규제를 결정할 때가 됐다. 미국인들 사망원인 1위는 자동차 사고라고 한다. 두번째가 바로 총기사고다. 자살자도 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 총기사망 분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지난해 4천2백여명이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 8배 정도가 총기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총기 사고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건국이 총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이 총을 가지고 서부개척시대를 열었다. 미국은 총의 나라다. 미국 총기협회는 공화당을 강력하게 밀어주며 선거 때마다 자금을 꽤 많이 지원해주고 있다.
이러니 공화당은 오마바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총기 규제를 해야 한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올랜도 총기사망 사고가 났을 때, 그 참사를 총이 문제가 아니라 이슬람인의 문제라고 치부했던 전력이 있다.

미국 민주당은 총기 사용을 아예 없애기 어려우므로 살상력이 좋은 총기는 민간인들이 가지지 못하게 하자고 하지만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올랜드 총기 사고나 이번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고는 범인이 단 1명이다. 1명이 난사를 해서 순식간에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올랜드 사고 때의 총기는 살상력이 높은 AR-15이었다.
M-16 계열인 이 소총은 낮은 반동력과 연사력이 좋아서 살상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런 가공할만한 소총은 민간인에게 팔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총기 규제가 너무도 어렵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참사에서는 무려 10여종의 총기가 범인 호텔방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미국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3억1000만정의 총기류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권총은 1억1400만정, 라이플은 1억1000만정, 숏건(산탄총)은 8600만정이 있다. 2015년 현재 미국인구가 3억1800만명이니까, 거의 인구1명당 총 한 자루씩 갖고 있다는 계산이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총기판매류는 800만정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450만정이 미국에서 팔리고 있을 정도로 미국인의 총기사랑은 유별나다. 2012년 갤럽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43%는 집에 총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990년대 조사에서는 총기보유가구의 비율이 51%였던 점을 고려하면 총기보유가구 비율은 8%포인트 줄었다. 총기보유를 선호하는 중년백인들의 인구비율이 줄어들면서 총기보유 가구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총기류를 다수 보유중인 사람들이 늘면서 오히려 총기류는 과거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실제 ATF에 따르면 총기보유가구중 약 20%가 다중총기 보유자로 나오는데, 이들이 갖고 있는 무기는 전체 총기류의 65%에 달하고 있다. 특히 살상능력이 뛰어난 기관단총, 군용소총, 반자동소총 등이 대거 포함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미국이 최악의 총기관련 살인사건 1위국가는 아니다.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온두라스는 10만명당 68.4명이 총기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멕시코, 콜롬비아,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미국보다 총기관련 사망사고 비율이 훨씬 높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총기관련 살인사건은 비정상적으로 높다. 미국은 이탈리아보다 4배 높고, 캐나다 보다는 6배 높다. 또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교하면 무려 30배나 높은 수준이다.
미국인구는 전세계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총기류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 100명당 97정의 총기를 갖고 있는 미국보다 더 높은 총기보유 국가는 없지만 비슷한 국가는 있다. 예멘이 100명당 90정, 핀란드가 100명당 69정, 스위스가 100명당 61정의 총기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총기관련 사망사고는 10만명당 0.26명(핀란드)과 0.52명(스위스)으로 미국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달리 총기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고, 또 총기의 주된 사용처가 호신용으로 쓰는 미국과 달리 사냥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총기보유 사유로 호신용을 적으면 총을 구입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런 식의 총기사고는 끊임없이 재현될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총기뿐 아니라 수류탄 등 보다 살상력이 높은 무기로 테러방식이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테러와의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