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한국에도 ’살인 개미'로 불리는 맹독성 붉은 독개미가 상륙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산항에서 발견됐다. 검역 당국은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5월 중국 광저우 난샤항을 출발해 고베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에서 특정 외래생물인 붉은 불개미가 발견돼 난리가 났었다.
당시 일본 국토교통성과 환경성이 붉은 불개미의 원산지와 정착국가를 오가는 항로에 있는 68개 항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베항 외에 나고야항, 오사카항, 도쿄항, 오카야마항에서도 붉은 불개미가 발견됐다. 도쿄항으로 유입한 붉은 불개미는 중국 광둥성 싼산항에서 처음 배에 실려 홍콩항에서 환적된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됐다.
오카야마항에서는 중국, 한국 등지에서 수송된 빈 컨테이너 내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200마리 이상을 발견했다. 붉은 불개미는 남미 중부지역이 원산지로 현재 미국, 중국, 호주 등을 비롯한 환태평양 14개국에 유입해 정착한 상태다.
중국 광둥성 일대에선 2005년부터 붉은 불개미떼가 급속히 늘어나 닥치는 대로 사람과 가축을 공격하고 곡식을 먹어치워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고 홍콩으로 확산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맹독성을 가진 이 개미의 독침에 사람이 쏘이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사망할 수도있다.
붉은 독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이다. 특히 몸속에 강한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어 날카로운 침에 찔리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심하면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의 과민성 쇼크 증상을 유발한다. 북미권에서는 한 해 평균 8만 명이 붉은 독개미에 쏘이고 그중 사망자가 100여 명에 달해 '살인 개미'로 불리기도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최근 호주와 일본 등지에서 붉은 독개미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독개미 유입 가능성을 우려해 지난 7월부터 전국 항만, 컨테이너 야적장과 공항 등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검역 결과 지난 9월 28일 부산항 감만부두 컨테이너 적재장소에서 붉은 독개미 25마리가 발견된 데 이어 29일 같은 장소에서 1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개미집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주변지역으로의 독개미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방제를 실시하고 항만 주변에 대한 독개미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부산항 감만부두 컨테이너야적장 통제 및 소독된 컨테이너만 반출하도록 요청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독개미의 독에 대한 반응은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다"며 "쏘이게 될 경우에는 안정을 취하고 급격히 신체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2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일 경북 김천시 검역본부에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부산시, 국립생태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붉은 독개미 관련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붉은 독개미에 대한 방역조처 상황을 공유하고 확산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간 공조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