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고로 기록될 라스베이거스 자동화기난사 사건의 용의자 스티븐 패독(64)은 어떻게 그 많은 무기를 아무도 모르게 호텔방으로 옮겼을까. 특히 패독이 범행장소로 사용한 만달레이 베이 호텔은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특급 카지노호텔이어서 무기반입 과정을 둘러싸고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CBS 뉴스에 따르면 패독이 자살한 만달레이 베이 32층 객실에는 자동화기를 포함해 총 23정의 총기류가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직후 18정으로 발표했으나 이후 추가수색을 통해 5정의 무기가 더 발견된 것이다.
현지경찰의 말을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패독이 살상에 사용한 총기류 중에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꽤 나가는 자동화기도 10정이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경찰은 호텔내부 곳곳에 설치된 CCTV 기록물을 확보하여 무기 반입과정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패독이 지난 9월28일 호텔 체크인 이후 많은 시간을 들여 무기를 은밀하게 반입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 지난 1일까지 패독은 3일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차 혹은 집을 오가며 무기를 반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현지경찰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유명 카지노에는 보통 게임이 벌어지는 카지노 홀에는 수많은 감시카메라와 보안요원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지만 정작 호텔주차장과 로비, 객실복도 등에는 감시카메라만 있을 뿐 별도의 보안요원을 두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일부 호텔은 객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보안요원을 상주시키기도 하지만 이들이 호텔이용객들을 상대로 일일이 짐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
패독은 이 점을 이용하여, 길이가 긴 가방이나 골프백 등을 이용하여 자동화기를 수 차례에 걸쳐 32층 객실로 옮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을 쏘기 위해 두꺼운 객실유리를 박살낼 해머도 이런 과정을 통해 운반했을 것으로 보인다.
3일간의 은밀한 준비를 마친 패독은 사건 당일인 1일 저녁 마치 저격수처럼 호텔 객실 창가에 삼각대 2대를 놓고 호텔 아래 콘서트장의 관중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한편 FBI와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사건 직후 패독의 집을 수색, 19정의 총기를 압수했다고 밝혀 패독이 갖고 있던 총기류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23정을 포함해 무려 42정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범인 스티븐 패독의 범죄는 애초부터 대량살육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낸 데는 총격범 스티븐 패독(64)의 철저한 계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인명피해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는 '자동연사'가 꼽힌다. 자동화기는 총기 보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1986년 이후로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총격범이 자살하기 직전까지 묵었던 32층 호텔 방에서는 20여 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AK-47을 비롯해 소총도 10여 정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기관총으로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실제 사건 당시 총성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AP통신은 오늘 패독이 총기 개조부품인 '범프 스탁(bump-stock)' 2개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는 반자동 방식에 범프 스탁을 결합하면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하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호텔 방에서는 사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조준경과 거치대도 발견됐다.
100m 높이의 32층 호텔방에서 고공 사격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통상 평지에서 인근의 불특정 대중을 겨냥해 발포하는 총기 난사에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몸을 피할 수 있지만, 비가 오듯 총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마땅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범행 현장으로 사용된 호텔 32층의 깨진 창문은 모두 2개다. 다소 떨어진 위치여서 얼핏 각각의 호텔방으로 보이지만, 통상의 스위트룸 구조를 감안하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총격범은 서로 다른 각도의 유리창 2개를 해머로 깨고는 '자동화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 규모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사각을 확보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총격범이 창문 2곳을 모두 사용했는지, 한곳만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깨진 창문이 2개라는 점에서 공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지만, 일단은 단독범행이라는 게 현지 수사당국의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스티븐 패독은 대량살육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고층호텔방을 일부러 빌려, 그곳에서 조준경과 거치대까지 준비하고 치밀하게 불특정 다수를 사살할 준비를 했던 것이다. 총기난사의 새로운 전형을 기록한 스티븐 패독의 범행은 59명 사망이라는 사상 최악의 기록으로 막을 내렸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