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딸과 함께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희귀난치병 환자로 매스컴 소개돼 도움의 손길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남성이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서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유서엔 마치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유서는 자신이 아닌 형이 대신 올려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출된 유서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실종된 중학생 A양(14)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딸과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A양을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의 부모는 지난달 30일 자정쯤 경찰에 딸의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거지 인근 CCTV등을 추적한 끝에 이씨가 딸과 함께 서울 도봉구의 한 빌라에 은신한 사실을 확인한 뒤 검거했다.
검거 당시 이씨는 자신의 딸과 함께 수면제를 과다복용 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씨 부녀를 병원으로 옮긴 뒤 이튿날 오전 9시쯤 영월 야산에 훼손된 채 유기된 A양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이씨 부녀가 30일 오후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인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 부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커다란 검은색 가방을 든 채였다. 딸은 아버지가 시신이 든 가방을 차량 트렁크에 싣는 모습을 지켜봤고 함께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이씨가 검거된 다음날 자정쯤 이씨의 형은 동생이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마치 이씨 본인이 남긴 듯 한 글을 게시했다. ‘사랑하는 내 딸 꼭 보아라’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에는 ‘죽어서 수술비를 마련하겠다’ ‘뭔가 멋진... 간지 쩌는 가족이지’ ‘먼저 간 엄마를 따라간다’ ‘엄마 혼자 그 멋곳을 못 보낸다’ 등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씨가 검거된 후 14시간이 지난 후 올라 온데다 범행 직후 동해안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올린 점 등을 감안해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자살을 통해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겠다는 주장은 개연성이 없다는 점에서 의혹이 커진다.
앞서 한 달 전 이씨의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현재까지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동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와 딸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부검을 통해 A양의 정확한 사망원인도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