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 10일 제기한 문재인 정부의 사찰 의혹이 하루만에 옹색해졌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수행비서 통신기록을 문재인 정부가 들여다봤다며 정치사찰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홍 대표가 언급한 통신조회 6건 중 4건이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데다, 그나마 현 정부에서 이뤄진 2건의 통신조회도 군과 경찰에서 10일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사찰의혹과 무관한 쪽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군과 경찰은 이날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군과 경찰이 일부 인사들의 비위행위를 수사하는 도중 비위 인사들이 홍 대표 수행비서 손모씨와 통화한 사실이 통신 조회의 원인이 됐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야당대표의 수행비서가 공교롭게도 2번이나 검경의 수사대상자와 통화를 한 것에 대해 조회를 당한 것이다.
육군은 이날 입장자료에서 "육군 보통검찰부는 지난 8월 모 사단장의 비위 행위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을 실시(8월 2일)한 바 있다"며 "이때 수행비서인 손모씨의 휴대폰 번호가 포함되어 있어 가입자 인적 사항을 확인한 것이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및 군사법원법에 근거한 적법한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남지방경찰청도 이날 "홍 대표 수행비서 손씨의 휴대전화에 대해 가입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는 통신자료를 조회한 적은 있다"며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상대방 번호 내역에 손씨의 번호가 포함돼 확인했을 뿐 정치 사찰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제1야당 대표의 의혹 제기이니 공방으로 흐르지 않게 정성을 다해 있는 사항을 제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과 홍 대표의 사찰 주장은 하루만에 옹색해진 것이다. 한국당이 '아니면 말고식' 주장을 던졌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야당대표가 '정치사찰'이라는 주장을 할 때는 그만한 근거나, 최소한의 상식적인 혐의점이 있어야 한다.
도청을 당한 흔적이라든지, 통신자료 조회라면 참모들의 무차별 휴대전화 조회라든지, 최소한 공개적으로 비난할 정도의 '건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까본 결과'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홍 대표의 수행비서가 범죄연루자와 '자주' 통화한 것이 더 의혹으로 남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이날도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검찰과 경찰, 군이 홍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기록을 들여다봤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을 동원해 국민 휴대전화를 전방위로 불법도청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과거 정권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은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대국민 사찰을 자행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가면을 벗고 자신들의 두 얼굴을 국민에게 고백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