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미 FTA 재협상...문재인 정부 무능의 파노라마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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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한미 FTA 재협상...문재인 정부 무능의 파노라마 보는 것 같다"
  • 성기노
  • 승인 2017.10.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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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단히 화가난 걸까? 그는 10월 11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미국의 의도대로 개정 협상 절차에 들어가게 됐는데, 문재인 정부의 '무능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미FTA 재협상은 정부가 말을 바꾸고 국민의 시선을 돌린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대표는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부터 FTA 재협상 의지를 밝혔는데, 6월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논의한 바 없다'고 했고 대통령도 8월 17일 기자회견에서 '당장 큰일이 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을 훈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말처럼 미국이 블러핑(엄포)하는 줄 알았다가 얼마 전에 그런 것이 아닌 줄 알았다면 이런 무능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재협상 없다고 언제 그랬냐'며 발뺌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눈 뜨고 코 베인 무능인지 아니면 알면서 감춘 거짓말인지 대통령이 직접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또 "대통령과 정부가 판단을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설명하고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전략적으로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대표는 아울러 정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국민의 민생 안보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외부 변수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며 "북핵 위기, FTA 문제, 최악 청년 실업 문제를 걱정하지 말라는 호언장담이 아니라 진짜 걱정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백 가지 말보다 단 한 가지라도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한 '백언이 불여일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말의 잔치를 끝내고 실천하고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며 "더는 선거 운동을 하지 마시고 국정을 운영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엄중한 도전을 직시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복지와 분배의 집중을 넘어 혁신과 성장으로 정부를 견인해 낸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 내년 초 개정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야당은 2011년 한미 FTA 비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치광이 전략'으로 한국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앞둔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4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 직전인 2011년 10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한미 FTA가) 참여정부 때 추진되고 타결됐지만 현 상태대로 비준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 참여정부 때 타결했던 상황과 너무 많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재협상을 통한 추가 양보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진행한 결과 '이익균형'이 깨졌다는 논리였다. 



그해 11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하자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에 독소조항이 있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당시 민주당이 꼽은 독소조항은 '투자자-국가 간 중재'(ISD), 네거티브 리스트, 역진방지(래칫) 조항,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조항, 자동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10개 항목이었다. 이 중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을 제외한 9개 항목은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협정에 이미 담긴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는 2012년 2월22일 페이스북에서 "'신자유주의 질서가 계속될 줄 알고 FTA의 대상, 시기, 내용 등에 대해 오판했다. 일도양단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출구전략을 세우겠다'고 공식적으로, 간명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로는 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한미 FTA에 대한 태도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우회해갔고, 2012년 대선 당시에는 한미 FTA 재협상 추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올해 5월 집권 이후 청와대는 '한미 FTA는 현행 유지가 좋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사실 한미 FTA 문제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갈짓자 행보를 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상황이 계속 바뀐 측면이 있고, 협상 전략 상 원칙을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만 정치권의 이런 비판에 대해 우리의 협상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한 뒤 국론분열을 막으면서 여야의 '단일안'으로 협상에 임해야 대미 관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현재 민주당에는 통상협상 전문가들이 많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통상협상을 혼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이 인재를 적재적소에 써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문재인 비서실장,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한덕수 경제부총리 등이 보인다.



김현종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로드맵을 만든 국제통상 전문가다. 참여정부 시절 민간으로는 처음으로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다.


국제통상 현안 관련 지식이 해박하고 협상 과정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FTA 가정교사'라고 불릴 정도였다.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의 아들인 김 본부장은 미국에서 교육 과정 대부분을 마쳤다. 윌브램먼슨고를 졸업했고 컬럼비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에는 역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가의 로펌 변호사,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 동양인 최초 및 최연소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법률자문관 등 사회생활 초반부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1995년 외무부 통상고문 변호사로 뽑힌 뒤 1998년 통상교섭본부 통상전문관을 역임했고 이어 세계무역기구(WTO)로 옮겨 법률국 수석 고문 변호사 등을 지냈다.


대통령 인수위 시절 통상현안을 보고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눈에 들어 2003년 5월 통상교섭본부 2인자인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됐다. "대한민국을 동북아 중심국가로 만드는 전략으로서 FTA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정관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FTA의 추진 전략 등 큰 틀을 담은 FTA 추진 로드맵을 만들었고 2004년에는 불과 45세의 나이로 통상정책의 사령탑인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2005년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에게 한미 FTA 협상을 권유하고 노 대통령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내 한미FTA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다.


2006년 2월 3일 미 의회에서 한미 FTA 협상 출범을 선언한 뒤 2007년 7월 최종 합의문 서명까지 협상을 이끌었다.


그는 2010년에 내놓은 회고록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에서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안 한다. 국익에 배치되면 안 해도 된다"는 식의 노 전 대통령의 접근이 한미 FTA를 비롯한 다른 FTA의 성공적인 체결을 가능케 했다"고 밝혔다.


2007~2008년에는 유엔 대사를 역임했고 2009~2011년에는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을 맡아 '삼성맨'으로 변신했다.


2015년부터 한국외국어대 LT(랭귀지&트레이드)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작년 2월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고, 인천 계양갑에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영입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제가 정부에 있을 때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모셨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은 어쨌든 한미 FTA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단일대오로 오로지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여기에는 여와 야가 따로 없을 것이다. 야당의 목적은 여당과 대통령의 견제에 있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일방독주를 막아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이 전장에 나갈 때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건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이익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FTA 재협상에 대한 정치 정략적인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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