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학(35)의 딸 이모(14)양이 피해자인 친구의 행방을 알고도 거짓말을 한 통화내용과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양은 피해자 어머니에 태연히 거짓말을 하고, 다른 친구와 피해자의 실종을 언급하며 웃는 이모티콘을 연달아 보내기도 했다.
13일 SBS는 실종 당일 이양과 피해 여중생 부모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딸의 행방을 묻는 피해 여중생 어머니의 물음에 이양은 “그냥 얘기하면서 놀았는데... 친구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하면서 급하게 갔어요”라고 답했다.
어머니가 “급하게? 친구 만나러? 누구 만나러 갔는지도 모르고?”라고 묻자 이양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통화가 이루어진 시간에 피해 여중생은 이양이 건네 준 수면제 음료수를 마신 후 잠들어 있었다.
사건 다음날 이양이 다른 친구와 나눈 카톡 대화 내용도 함께 공개됐다. 피해 여중생의 실종 소식을 전하는 친구에게 이양은 “근처에 나쁜 사람들이 좀 많냐” “괜찮아, 살아는 있겠지”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웃음을 의미하는 “ㅋㅋㅋㅋ”를 연달아 보냈다.
피해 여중생 어머니는 “(거짓말이) 너무 능숙하다”며 “누가 생각을 하겠나. 너무 미안했다. 오히려 늦게 전화를 해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이영학의 딸은 병원에서 퇴원해 이씨 형의 집에 기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추행유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14)양이 종전까지 입원했던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퇴원해 이씨 형의 집으로 갔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0일 이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12일 기각됐다.
이양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최종진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해 소명되는 범행의 경위와 내용, 피의자의 심문과정에서의 진술 태도, 피의자의 건강 상태 등에 비춰 이양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양은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상태로 지난 5일부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병원은 더이상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양에게 아동보호센터에 갈 것을 권했지만 이양이 거부하고 삼촌의 집으로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양은 중학교 2학년의 미성년자이지만 아버지가 이번 사건으로 구속되고 어머니는 한달여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친권 보호자가 없는 상태다.
경찰은 도주 우려 가능성 등을 놓고 이양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찰과 논의 중이다.
이양은 이씨와 함께 A양의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차량에 싣고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양은 수면제가 들어 있는 음료수인 것을 알면서 친구인 A양에게 전달하는 등 이씨와 범행을 함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양의 사체에서는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양은 이씨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이 아버지에 맞춰져 있어 강력한 심리적 종속관계 속에 범행을 함께했다는 것이다. 이양이 정신적 장애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이양과 심리면담을 한 프로파일러 한상아 경장은 "이씨가 딸에 대한 애정의 마음이 있고 딸도 이씨에 대해 단순히 아버지 이상으로 심리적으로 굉장히 따랐다"며 "아버지가 없으면 본인이 죽는다고까지 생각한다. 아버지는 항상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경장은 "딸은 이전부터 같은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고민을 상담하거나 정보를 획득하는 통로가 오직 아버지라 심리적으로 계속 의존을 하고 있었다"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모금 활동으로 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져준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고 전했다.
한 경장은 이양이 아버지에 대한 비난을 못견디고 친구를 성추행한 행위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양은 절대적으로 믿는 아버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못 견뎌 했다. 조금이라고 도덕적 비난이 가해지면 '저희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이씨가 한 행위에 대해) 전혀 가치 판단을 안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고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