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학(35)씨의 부인 최모(32)씨가 투신자살하기 전 남긴 것으로 알려진 유서의 작성자가 최씨 본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이 밝혔다.
최씨는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자택 5층 건물 창문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A4용지 4장 분량으로 '초등학교 시절 동급생, 양아버지, 이웃 등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유서가, 최씨가 작성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 문서는 내용상으로는 최씨가 쓴 것처럼 돼 있고, '유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컴퓨터로 타이핑한 문서여서 작성 시간이 자살 이전인지 이후인지 알 수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영학이 아내가 자살한 이후 컴퓨터로 타이핑된 것을 프린터해 제출했다"며 "제출은 이영학이 했고 누가 작성했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또 "실물 자필 종이는 안 나왔다"며 "내용상으로 볼때 최씨가 쓴 것처럼 돼 있기 때문에 유서라고 하는데, 남편이 제출한 것일뿐"이라며 '유서'의 작성자가 최씨가 아닐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유서) 작성 시점도 모르고 어디서 작업했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달 6일 0시50분께 중랑구 망우동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영학은 사건 직후인 같은 날 오전 3∼4시께 유족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이 문서를 제출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영학은 지난 13일 검찰 조사를 받고서 취재진에게 "제 아내는 저를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려고 자살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영학이 아내의 자살에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단 숨진 최씨의 머리 부위에서 투신과 무관한 상처가 발견됨에 따라 이영학이 아내를 폭행해 자살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중점적으로 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서울청이 중랑경찰서의 초동대처 미흡 등 부실수사 논란에 대한 내부 감찰에 착수한 것과 관련, "진행 중이며 정확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30분께 A(14)양 어머니로부터 최초 신고를 받은 경찰이 A양의 실종신고를 대강 넘기려고 하는 등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A양이 이씨 집으로 간 이후 12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살해됐다는 점을 봤을 때 경찰이 능동적으로 수사에 나섰다면 A양을 살릴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초동수사 미진에 대한 부분도 점차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