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거센 여론몰이중...안철수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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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거센 여론몰이중...안철수의 노림수는?
  • 성기노
  • 승인 2017.10.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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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들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대선 전 ‘자강론’을 부르짖던 철학은 어디갔는지 무색할 정도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정치적 상황은 너무도 다르지만, 현재의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나 접근방식을 보면, 그것이 정치발전과 안철수의 트레이드마크인 새정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년 선거를 앞둔 정략적인 발상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하나씩 짚어보겠다.


일단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노림수부터 보자. 그의 바른정당 통합 추진은 다분히 무너진 당 지지율을 외부동력을 통해 끌어올리려는 ‘펌프질’ 성격이 짙다.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은 4%대까지 떨어졌다. 제보조작 의혹사건 때와 같은 최악의 지지율이다. 그가 당 대표를 맡은 뒤 이렇게 지지율 추락이 더 심해졌다. 안 대표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현재와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독주 시대에서 사실 국민적 관심과 정치 아젠다를 붐업 시키기는 쉽지 않다. 제 2야당이라는 한계도 있다. 소방서 방문 해프닝 등을 통해 ‘안철수는 뭘 해도 안 된다’는 정치 희화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제 ‘안철수’ 브랜드만으로는 더 이상 국민적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게 됐다. 1인 브랜딩 전략이 가져온 식상함이다.


안 대표로서는 ‘섞어서’ 더 자극적이고 ‘새롭게 보일 수 있는’ 것을 국민들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측면이 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통합논의는 ‘사즉생’의 의지가 결여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권 도전의 마지막 벼랑에 몰려서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았다.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기와 의지가 안철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견딜 만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다.



▲ 지난 10일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험`이 공동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제의 합동토론회에서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식적인 만남은 대선 이후 처음이었다.



끽 해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했다는 평가 정도 들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방선거는 안철수에게 양날의 검이다. 더 추락하느냐, 대선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하느냐가 달려 있다. 현재의 호남일변도 당 상황으로는 지방선거도 뻔하다.


그래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원한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다. 영남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대선을 앞둔 가장 큰 메리트다. 인재영입 효과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국 운영과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를 볼 때 바른정당 한 2~3개쯤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바른정당 일부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보다 당세가 더 쪼그라들 것이다. 통합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안철수와 호남 ‘귀족의원’들간의 관계다. 지난 대선 때 ‘이분’들이 안철수를 청와대로 모셔갈 줄 알았지만, 민심은 외면했다. 이제 그들의 존재효과가 미미해졌다. 전국정당이라는 당 염원에 걸맞지도 않다. 안철수에게 걸리적거리는 ‘뒷방 늙은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집단으로 ‘몽니’를 부릴 경우 안철수는 빈털터리로 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 안철수는 전당대회 출마 및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두고 호남 중진들과 대립했다. 특히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가 공개적으로 거론될 때 ‘터줏대감’ 박지원 의원은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호남 중진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 호남 중진들에 둘러싸인 안철수 대선 후보.



사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김대중’이다. ‘햇볕정책’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도 호남 중진들은 바른정당과의 뿌리 깊은 노선 차이 등을 이유로 상당히 부정적이다. 반면 안철수는 ‘햇볕정책 승계’ 문제도 ‘북핵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유연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에 따라’ 햇볕정책을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당내 호남 출신 초.재선 의원 사이에 ‘통합에 반대하는 중진은 버리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바른정당 의원 사이에도 ‘일부 호남 중진과 통합은 곤란하다’는 기류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양당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의당 내 대표적 호남 중진인 박지원 의원의 탈당을 요구했고, 조만간 안 대표와 만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 의원은 즉각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도 페이스북에 “두 당이 통합을 논의하는데 영남이든 호남이든, 누구든 배제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일단 ‘연막’은 치고 있지만, “안철수가 크려면 박지원은 이제 버려야 한다”는 얘기가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가 된 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에 햇볕정책과 호남을 버리라는 요구를 하기 전에 유 의원이 먼저 강경 대북정책과 영남을 버리면 된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는 안 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안철수의 바른정당 통합 논의의 ‘전략적’ 목표는 안철수 존재감 회복, 무너진 지지율 회복, 지방선거 대비용, 호남중진 견제용 내지는 일부축출용으로 정리될 수 있다.



▲ 한국 정치사에서 거의 기적의 통합으로 평가받고 있는 `DJP 연합` 때의 김종필 김대중 박태준.



필자 개인적으로는, 외교안보 노선에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양당의 통합이 왜 필요한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면, 먼저 양당 당원들과 지도부가 한달 밤샘을 해서라도 통합의 원칙과 명분, 정책통일에 대한 합일점을 반드시 찾아내서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낮다고 하는데, 그런 전과정들을 ‘꺼리’가 없는 언론들에게 풀로 노출시키면 지지율도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다.


바른정당에서 국민의당으로 가는 길이 어렵겠는가. 가더라도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국민과 당원의 지지와 가치가 빠진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십개나 되는 한국 정당명 리스트 앞에 의미없는 이름 하나 더 갖다붙일 뿐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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